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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리스너 미라신 Dec 04. 2021

닮은 곳이 있대요

엄마 판박이 아들, 아빠 판박이 딸.


소파 위에 누워 뒹굴거리는 둘째. 주방에 앉아 있다 무심코 눈을 돌려 바라본 아이는 어느샌가 부쩍 큰모습이다. 둘째라서 그런지 마냥 작을 것만 같았는데. 어느새 팔도 다리도 길어졌다. 어른이 되고는 키에 관심이 없었는데, 아이를 보면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괜히 뿌듯해진다.


둘째를 낳고 찍었던 사진. 사람들이 다 첫째와 너무 닮은거 아니냐며. 엄마인 나조차도 너무 웃겨 깔깔거렸던 기억. 마치 똑같은 아이 둘을 낳은 것처럼 어찌 그리 닮았는지. 그랬던 둘째가 이제는 첫째인 오빠와는 다른 모습으로 커가고 있다.


동글동글한 눈, 오동통한 볼살, 불쑥 나온 배, 튼실한 허벅지. 어느곳 하나 오빠와 닮은 구석이 없다. 대신 아빠를 그리고 할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만 보면 품에 안기는 녀석. 항상 같은 표정이신 아버님이시지만, 아이가 안기면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행복함이 자리잡는다. 그런 할아버지를 알아서인지 '할아부지, 할아부지'를 연신 외치는 둘째. 


내가 주면 '안먹어'를 외치다가도 할아버지 품에 무릎에 앉으면 어떤 음식이든 잘 받아먹는다. 누가 보면 굶겼나 싶을 정도. 물도 그냥 들고 마시면 되는데 꼭 할아버지 손에 들린 컵으로만 마신다. 어른들 말씀처럼 여시가 따로 없다. 그래도 그 모습이 밉지 않다. 그저 사랑스럽고 귀여울 뿐.




둘째를 임신하고 16주차. 산부인과에 같이 갔던 남편은 아이의 성별이 여자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박수를 쳤었다. 그만큼 딸이기를 소망했던 남편. 아빠는 딸바보라더니. 집에 오면 아이를 안고 부둥부둥하기 바쁘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는 '두선이 너무 귀엽지 않아?'하는 말이 빠지질 않는다. 나를 그렇게 귀여워 해주라고, 남편!


동네를 돌아다니다 어르신들을 만날 때면 열이면 열 분 모두 '아들은 엄마를 똑 닮았고 딸은 아빠를 똑 닮았네.' 하신다.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일까? 이제 30개월인 둘째에게 '두선아, 너 누구 닮았어?' 하고 물으면 '아빠!'하는 대답이 바로 나온다.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을만큼 아빠를 쏙 닮은 둘째. 


둘째가 딸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심 본인을 닮아서 더 좋아한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 동요 중에 이런 노래가 있다.

"엄마(아빠)하고 나하고 닮은 곳이 있대요. 

 엄마(아빠)하고 나하고 닮은 곳이 있대요.

 눈? 땡! 코? 땡! 입? 딩동댕!"


생김새도 성격도 먹성도 말투도 걸음걸이도. 아이가 가장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존재는 바로 부모. 가정교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아빠가 무언가를 가르치지 않아도 그대로 보고 배우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도 좋지 않은, 올바르지 않은 모습이 있다면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30년이 넘는 세월을 이렇게 살아왔으니 이제와 바꿀 수는 없어!'하는 마음부터 바꿔나가야겠다. 내 인생도 아이의 인생도 아직 많이 남았으니 말이다.


돈도 땅도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지만 바른 마음, 바른 인성을 물려주는 것도 좋은 유산이 아닐까 싶다. 아- 너무 고전적인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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