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 때문만은 아니다.
돌이 막 지난 셋째. 볼때마다 귀엽고 예쁘다.
볼에 뽀뽀를 해주다가도 토실토실 귀여운 볼살을 꺠물어 주고 싶기도 하다.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귀엽다는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이가 셋인 걸 알게 되면 듣는 질문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계획하신거예요?"다. 아무래도 요즘은 아이셋인 집이 많이 없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내 외모와 체형이 아이셋을 낳을만하지 못하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든 내 대답은 YES다. 우습게도 첫째를 임신하기 전까지는 남편과 나 모두 아이계획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막연하게 결혼을 했으니 아이가 생기면 좋지 않을까 정도의 가볍고도 가벼운 생각만 있었을 뿐. 주변에 아이가 한 명부터 다섯인 가정들을 보면서도 계획의 계자도 떠올리지 않았었다.
그런 내가 아이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건 첫째를 임신한 후다. 무슨 막연한 자신감이었는지는 몰라도 아이를 다섯 낳으면 어떨까 싶었고,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듣는 소리는 "일단 한 명이나 낳고 생각해봐."였다.
그 말 속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걸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몰랐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과 인내가 있어야 하는 지 말이다. 저 당시에는 참 무지하게도 '다섯을 낳는다고 하면 응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하며 혼자서 물음표를 띄웠었다.
여차저차 첫째를 낳은 후, 게획을 수정했는데 그 계획이 바로 '아이는 세 명이면 좋겠다. 그리고 2년 터울이면 더 좋겠다.'이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모두 2년 터울은 아니지만 2년과 3년 터울로 둘째와 셋째가 태어났다.
셋째를 낳고 첫째와 둘째보다 더 예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주변에서 보는 나는 그렇지 않나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은 셋째를 안고 있는 나를 보며 "셋째가 그렇게 예쁘냐?" 묻는다. "당연히 예쁘지."하고 대답하지만 특별히 더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월수가 늘어나면서 인정하기로 했다. 셋쨰는 뭘 해도 예쁘다는 걸 말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둘째를 낳으면, 셋째를 낳으면, 늦둥이를 낳으면 내리사랑 덕분에 더 예쁘다는 말을 한다. 주변 사람들도 "셋째라 더 예쁘지."한다. 맞다. 셋째는 더 예쁘다. 단순히 내리사랑 때문일까 생각해보다 꼭 그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첫째를 낳은 나를 위해 먼 울산까지 내려와 계셨던 친정엄마는 손자가 예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셨다. "너네 키울 때는 키우느라 바빠서 예쁜줄 몰랐는데, 손자는 예쁘네." 셋째를 키우다 문득 이 말이 생각났다.
첫째를 낳고 키울 때는 뭐가 뭔지 모르는 초보엄마라 이것저것 공부하느라 바쁜 엄마였다. 자주 토하는 아이가 왜 그러는지 몰라 찾아봐야 했고, 아이 목욕은 어떻게 시키는지 유튜브로 공부하고, 아이옷 사이즈가 가늠이 안되어 입혔다 벗겼다를 반복했다.
둘째를 키우면서는 아는 건 조금 많아졌지만 첫째와 성별이 다른 여자아이라 신경쓸 게 더 많았다. 볼일을 본 뒷처리도 신경써야 했고, 남편의 귀농으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주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동네에 아이와 있으며 우울하기도 했다. 둘째가 걷기 시작한 이후로는 첫째와 다툼이 생기기 시작했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첫째와 울음 외에는 표현방법이 없는 둘째를 안고 울기도 했다.
그리고 낳은 셋째. 엄마로서 많이 배웠고, 힘든 과정도 거쳐서인지 셋째를 보는 마음은 거의 해탈의 경지다. 아이가 울면 아이니까 울 수 있지 싶고, 분유를 먹다 말아도 지금은 배가 안고픈가 보다 하며 넘어간다. 귀농 4년차를 맞이하며 농부 남편의 직업 특성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지금의 형편의 만족하게 되었다.
더해서 정말 감사한 것은 첫째와 둘째 모두 셋째를 예뻐하고 귀여워 한다는 점이다. 물론 막내동생 떄문에 불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겠지만 아직 셋째가 어려서 두 아이와 싸울 일이 없다. 내년쯤 걷기 시작하면 셋이 불나게 싸우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일단 지금은 아니니 됐다.
셋째는 예쁘다. 예쁘게 생겨서 예쁜게 아니라 엄마인 내 마음이 안정되어 있어서다. 아이의 모습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아서다. 아이의 사소한 부분에도 그럴 수 있지 하며 넘어갈 수 있어서다. 그래서 셋째는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