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리스너 미라신 Feb 18. 2022

이 사탕을 고른 이유

엄마가 되고 나니 혼자 보다는 아이들과 같이 하는 것들이 많이 늘었다. 동요 부르며 같이 춤추고, 숨박꼭질도 같이 하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도 같이 보고. 먹고, 마시고, 듣고, 읽고. 모든 것에 아이가 함께 한다.


그럼에도 아이와 같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게 있으니 바로 장보기다.


장보기. 먹기 위해서 생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행위. 그렇지만 아이와는 함께 하고 싶지 않은 행위다.


일단 아이들과 같이 가면 필요 없는 걸 사게 되는 경우가 많고, 아이는 사고 싶어하고 엄마인 나는 안 사고 싶어하는 것의 충돌이 생기기 때문이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가 셋이 되면 마트와는 안녕이구나 싶기도 하다.


되도록이면 집에 군것질거리를 두지 않는다. 어제도 남편이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왔는데 아들이 하는 말이 "맛있는 건 하나도 없네." 였다. 우유, 고기, 버터, 치즈... 자신이 원하는 과자는 없으니 맛있는 건 하나도 없는게 맞는 말이다. 



어제는 택배를 찾으러 편의점에 가야했다. 돈 좀 아껴보겠다고 편의점에 택배를 찾으러 가는 반값택배를 사용했는데 게으르고 귀찮은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래도 일단 택배가 도착했으니 찾으러 가야 하는데... 날씨는 춥고, 밖에 나가기는 싫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반송되기 전 날이 되버렸다.


마침 밖에 나갈 일이 있어 집에 들어오는 길에 찾으러 가려 했지만, 집에 급하게 손님이 오신 관계로 실패. 그럼 저녁에 들어오는 남편에게 부탁해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 미리 말해두지 않아 실패. 결국 내가 찾으러 가야 하는.....


저녁을 먹고 옷을 주섬주섬 입는데 둘째가 같이 가고 싶다며 울기 시작한다. "엄마랑 같이 가고 싶어."


바람도 많이 불고 추운 날인데다가 금방 다녀올거라 아빠랑 있으라고 열심히 설득했지만 결국 승자는 둘째가 되고 말았다. 두툼한 옷 챙겨 입히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신발 신을 때부터 신난 녀석. 밖에 나가는 게 신나는 건지, 엄마랑 같이 가는 게 신나는건지.


편의점에 도착해 택배 찾는데 아이의 눈은 연신 밑에 있는 사탕과 젤리에 고정. 주사위 사탕을 가리키며 "먹고 싶다."를 연신 읊조린다. 하나만 사는거라는 약속을 받고 사탕을 사주고 집에 오는 길.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도 있고, 젤리도 있었는데 왜 굳이 진한 파랑의 큰 사탕을 골랐을까 궁금했다.


"두선아, 근데 왜 그 사탕을 골랐어?"

"음.... 그건 이건 한 번도 안 사봐서."


아- 아이라고 맨날 먹던 걸 고르는 건 아니구나. 어른도 무언가 고를 때 익숙한 걸 고르지만, 한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날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작은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