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t A Jul 19. 2020

<라떼영어 힙한영어> 02.영어책 읽어주기만?

'부모가 영어책 읽어주기'의 대안

미국의 한 대학에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수업을 할 때이다. 기억해보면 그때가 엄마표 영어의 ‘발전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표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해서 수업을 청강해서 들으시는 부모님들도 계셨고 내 연구실을 찾아와서 아이 영어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어머니들도 계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엄마표 영어'의 화두는 역시 파닉스와 더불어 영어 책 읽기였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다양한 방법이 가능한 때도 아니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마침 우리 딸도 책을 읽어주어야 할 나이여서 나는 거의 매일 카페가 같이 있는 미국의 서점에 가서  영어 그림책들을  읽고 예쁜 그림책들을  집에 장식해 두었다.  영어책 읽기에 대한 고민과 공부는 정말  많이 하였다.  


 영어교육에서 가장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아이 영어그리고 영어교육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듣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영어책 읽어주기 강박


주위가 다 영어인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 부모님들은 영어책 읽어주기 강박이 있었다.

요즘도 현장에서 부모님들을 만나보면


 “교수님, 교수님 아이는 무슨 책 읽어주셨어요? 아 그 책 요즘도 인기인데..”

“교수님,  영어책 같이 읽기 프로젝트 한 번 해주세요.”


모든 아이가 같은 날 같은 책을 읽는 거라고 한다. 뭐 요즘 다이어트, 홈트도 함께하기 프로젝트가 유행이라, 또한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너무 많아 선택하시기 어려울 것 같아서 추천한다는 측면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있긴 하다. 그렇지만 혹시 그 어머니가 또 다른 강박을 가지게 되실까 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아이는 영어 책 읽기를 해주는데 재미없어해요.”  

“싫어하면 그냥 다른 거 해보세요... 유튜브의 영상물을 보여주던가  아직 어리면 TV용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셔도 좋고, 교육용 게임 앱을 활용해 보시던가, 아 노래를 좋아하면 영어 노래 먼저 시켜보세요. 미국 넷플리스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많고요. 조만간 미국 아이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될 것 같으니까 거기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보세요.”  

“당연히 다 해봤지요.  그런데 엄마가 영어책 읽어주기는 꼭 해야 한데요.” 

“왜 꼭 해야 하는지는 아세요?

”음.. 그건 모르겠어요."



부모가 영어책 읽어주기의  장점


     아이가 잠들기 전 엄마가 영어 그림책을 꺼낸다. 우리 아이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심사숙고해서 골랐다.  추천 리스트들도 많이 보고 수상작 중 하나를 골랐다. 난 영어는 잘 못하지만 아이에게 재미있게 읽어주기 위해서 재미있게 읽는 연습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3분 만에 잠들어 버린다. 충분한 인풋을 주려면 3분은 너무 부족한데... 마음이 급해진다.


엄마가 또는 아빠가 영어책을 읽어줄 때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아이 뇌는 상호작용을 좋아한다. 실제로 언어를 배울 때는 상호작용을 해야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연구가 많다. 말을 하지 못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영상물만을 보여주었을 때, 아이는 오랜 시간 동안 듣기를 하였지만  언어 발달이 충분하지 않았던 연구 결과도 들어봤을 것이다.

또한 모국어 습득과 가장 닮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아이가 모국어를 습득할 때 부모가 하는 말을 먼저 듣고 그다음에 따라 하는 것과 가장 비슷하다. 그래서  ‘전신반응 교수법’이나 ‘자연적 접근법’ 등 유명한 교수법들에서 외국어를 가르칠 때 모국어 습득 원리를 적용하여 듣기부터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자주 발생하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아이가 영어 동화책 읽어 주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엄마가 영어에 자신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해 보면 알겠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두 번째 문제는  발음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니 그냥 자신을 갖고 하면 된다. 그렇지만 뭔가 찜찜한 것은 버릴 수가 없다.  

그럼 이 단점들은 보완하고 부모가 책 읽어주기의 장점은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대안:  아이 뇌가 원하는 방법으로  


 A는 늦둥이 아이에게 영상과 책이 같이 있는 스토리 몇 개를 보여 주었다. 먼저 그림들을 보면서 아이는 추천 영상과 전자책 10권 중 한 권을 선택해서 본인의 서재에 넣었다. 추천 영상과 책 목록은 내가 유튜브에서 찾아본 것이다. 그래도 다운로드하는 것은 나보다 아이가 더 잘한다. 아이는 잠들기 전에 누워서 영어 그림책의 읽어주기 버튼을 누른다. 영어 원어민의 목소리로 읽어주는데 몇 번 듣더니 이제는 빨리 읽어주기로 듣는다. 큰 애 때는 돈이 없어서 비싼 영어 오디오 북을 사주지 못해 맘에 걸렸는데 이제는 이런 방법이 있고 참 좋은 세상이다. 난 아이와 상호작용을 위해서 아이를 안고 스토리를 물어본다. 아이는 신이 나서 설명을 해준다. 그러다가 갑자기 잊어버린 부분이 있는지 그 부분을 다시 듣는다. 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아이에 대답이 예사롭지 않다. 아이는 내가 이 스토리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에 너무 기분이 좋고 엄마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더욱더 신이 난다.


영어책 읽어주기의 더 큰 장점은 듣기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라고 했는데 아이 뇌는 듣기만 하는 것보다 오감을 활용하여 보면서 듣는 것을 더 잘 기억한다. 그래서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영상물을 같이 보여주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영어책 읽어주기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들이 있는 것이다.  

요즘은 교사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에서 촉진자가 되고 있는데 엄마 아빠가 굳이 읽어주고 가르치는 것에 대한 강박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엄마가 영어책을 읽어주는 장점도 분명 있다고 했는데 이 장점은 어떻게 가지고 갈까?


꼭 직접 읽어주기 않아도 아이 뇌가 좋아하는 상호작용을 해주면 된다.  아이가 들은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물어보고 다른 생각도 물어보고 칭찬해준다.  흘려듣기를 하다가도 엄마가 질문한 것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집중 듣기를 하게 된다. 전체 줄거리를 물어보는 것과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보는 것, 또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길러 줄 수 있는 질문을 모두 하는 것도 잊지 말자.  아주 쉽다.

“오늘 들은 것 엄마한테 얘기해줘 볼래? 어제 들은 것 이후 스토리가 너무 궁금해 “

 "그래서 넌 어떤 감정을 느꼈어? “

”아 그 주인공은 그래서 어디를 간 거야? “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  

아이의 영어가 아주 초보이면 들은 것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냥 몇 단어만이라도 끌어내면 되는 것이다. 이미 영상을 본 아이라면 그림으로 본 것과 연결을 해서라도 뭔가 말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몇 가지만 주의해두자.  듣기가 잘되면 읽기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계속 듣기에만 머무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영상과 읽기 자료, 오디오 북, 전자책 등을 다양하게 같이 제공해주면서 읽기 자료에 친숙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연결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다루겠다.

자기 주도 학습 습관 길러줘야 한다. 영상을 보는 시간을 본인 스스로 정하고 지킬 수 있도록 하여 그 시간을 지키면 칭찬해주고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를 갖도록 하자. 그 외 시간에 영상을 보고 싶으면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도록 하자.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기다려 주는 것이다.  “자연적 접근법”에서도 기다려주는 “침묵기”가 필요하고 이 시기 동안은 입력만 충분히 제공하고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한다.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를 지나지 않은 아아들이 언어를 빨리 베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아이가 영어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면 계속 읽어주면 된다.  엄마가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좋아하지 않으며, 할 자신이 없으면 다른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고 추천 목록도 찾아보자. 여기에 내가 나름 검색해서 공부한 영어교육 이론을 접목하여 나만의 아이  영어 교육 노하우를 넣어보자. 다른 엄마들보다 늦게 시작했더라도 나름 힙한 엄마표 영어를 한 번 해보자.




작가의 이전글 <라떼 영어 힙한 영어> 01.영어공부도 힙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