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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Kim Aug 19. 2020

능력과 역량 구별하기 #1

<대학생과 에너지 덩어리 이야기 (1)>

대학에서는 전공의 내용만 배우는 것이 아닌데, 코로나가 길어지고 해서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볼까 생각해 보다가 쓰게 됐습니다.

이래라저래라 가르치는 내용은 아닙니다.  그래도  여러 회를 읽다가 보면 앞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역량, 메타인지, 정의적 요소 등에 대해서 이해하고 뒷부분에서는 스스로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써봅니다.



나: 평범한 대학생, 그림과 게임이 취미, 

      에너지 덩어리의 도움으로 행복과 Job을 찾게됨

에너지 덩어리: 천사?  내가 상상하는 장면으로 데려다 줌

교수: 로봇설 있으나 속은 따뜻, 영상보다 글을 좋아함


온라인 강의가 밀려있다. 시간을 다 채워야 출석 인정이 된다.

음식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야 영양분이 되고 온라인 강의는 출석이 인정되어야 머리에 남는거라나.

다른 교수님들은 싸강(사이버강의) 참사도 있고 가끔 웃을 일도 있다는데 우리 교수님은 그런 것도 없으시다.

1시간 15분이 이렇게 길었나? 인터스텔라 영화가 생각난다.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는 시간의 상대성을 확실히 느낀다.

애교 있게 교수님께 말씀드렸다 ‘교수님 요즘은 짤강이 유행이에요~’라고.


“짤강이 뭐예요? 잘 모르겠어요”

“아, 마이크로 티칭?”

역시 우리 교수님은 모든 용어를 학문화하신다.


50분 수업에 25분 강의 올리고 과제 내는 것이 지침이에요”

 매우 인공지능 같이 답하시는 분이시다.


점심을 먹고 오늘도 일단 강의를 틀어두었다. 점심 먹는 내내 엄마께서 야채값이 올랐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괜히 눈치가 보인다. 알바 자리는 왜 이렇게 안 나는지.  

마음을 좀 비우자. 강의 내용 메모하려고 꺼내 둔 노트에 그리던 그림이나 이어서 그려야겠다.


그림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 같다. 난 계속 들여다본다. 어릴 때 본 책에서 그림에서 사람이 나오고 했는데 누구라도 나와서 좀 놀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계속 쳐다보니 이것이 더 빨리 움직이는 것 같다.

그러더니 어떤 덩어리가 되어서 진짜 그림에서 몽글몽글 나온다.

'안녕? 나의 레벨은..."

이 덩어리는 나오자마자 본인의 레벨을 말해준다.  

하아, 이럴 줄 알았다. 실망이다.  창의력 자기 주도력 레벨 등등. 들어는 봤지만 이해 안 되고 이해의 필요성도 못 느끼는 바로 그 핵심역량 레벨이다.

게임 캐릭터의 공격력 방어력의 능력치는 막 이해하고 싶은데 핵심역량은 안궁금이다.


그래도 난 핵심역량이 높은 사람처럼 보이는 방법은 안다. 핵심역량 테스트에서 ‘그룹 활동 시 다른 학생들을 잘 도와주고 싶다’에 표시를 하면 공동체 역량이 높아진다. 수업 전에는 좀 낮게 수업 후에는 좀 높게 표시하는 센스까지 있다. 내 역량 레벨을 내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은 나름 재미가 있다,

그나저나 나중에 취업하려면 자소서도 써야 하니 이제 슬슬 내 역량이 높음을 알려줄 수 있는 스토리 거리도 만들어야 하는데, 또 부담이다.


그 덩어리가 말을 한다.

난 네가 눈앞에 그림을 그리면 같이 그 장면으로  같이 갈 수 있어.”

“네가 되고 싶은 것이 있어? 거기로 가볼까?”

난 전공이 ㅇㅇ인데  내 전공에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

“원래 자기 전공은 재미없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

요즘은 상담사가 되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있다고 난 말했다.

“좋아.  그럼 네가 생각하는 훌륭한 상담사의 모습을 그려봐.”


 난 능력 있는 상담사가 일하는 그림을 그려봤다.

벽에  상담 관련 전공 학위증. 상담 관련 자격증. 학회 회원 경력 등 쫙 붙어있다. 상담능력을 키우시기 위해서 아이들에 대한 공부와 상담이론 실무 공부를 많이 했다.

흰색 셔츠를 입고 얼굴에 미소를 띤 이 유능한 상담사는  하루에 7명 이상의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목표다.


"이제 더 밝고 생기 있고 성과가 더 많이 나올 것 같은 그림을  그려봐"

어렵지만 난 눈앞에 좀 더 생기 있는 그림을 그려보기 위해 노력을 했다.

“너의 상상력, 창의력을 다 동원해서 그림을 그려봐.


역시 벽에 능력 있음을 알려주는 무엇인가가 쫙 붙어있다. 하루에 상담하는 학생의 수는 매일 달라진다. 본인보다 다른 선생님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다른 선생님께 부탁하기도 해서 날마다 달라지는 것이다. 목표는 일주일에 한 아이의 마음을 치유하기다. 일주일에 한 아이를 상담으로 치유하려면 당연히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가능한 많은 아이들을 상담해야 해서 항상 열심이다. 아이들을 상담으로 치유해주는 능력이 있다는 소문에 예약을 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겠어?”  “어디가 더 효과적인 것 같아?”

“먼저 간 곳에서의 키워드는 ‘능력’이고 나중에 간 곳은 ‘역량’이야.

이 에너지가 날 가르치려고 하는 순간 나의 그림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덩어리는 작아지기 시작한다. 이 덩어리는  말한다.

“내 이 작아지고 있어.

나의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거야.

생각을 좀 해보고 있어.. 다음에 또 올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을 좀 해보고 있어'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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