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영어책 읽어주기'의 대안
미국의 한 대학에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수업을 할 때이다. 기억해보면 그때가 엄마표 영어의 ‘발전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표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해서 수업을 청강해서 들으시는 부모님들도 계셨고 내 연구실을 찾아와서 아이 영어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어머니들도 계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엄마표 영어'의 화두는 역시 파닉스와 더불어 영어 책 읽기였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다양한 방법이 가능한 때도 아니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마침 우리 딸도 책을 읽어주어야 할 나이여서 나는 거의 매일 카페가 같이 있는 미국의 서점에 가서 영어 그림책들을 읽고 예쁜 그림책들을 집에 장식해 두었다. 영어책 읽기에 대한 고민과 공부는 정말 많이 하였다.
영어책 읽어주기 강박
부모가 영어책 읽어주기의 장점
아이가 잠들기 전 엄마가 영어 그림책을 꺼낸다. 우리 아이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심사숙고해서 골랐다. 추천 리스트들도 많이 보고 수상작 중 하나를 골랐다. 난 영어는 잘 못하지만 아이에게 재미있게 읽어주기 위해서 재미있게 읽는 연습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3분 만에 잠들어 버린다. 충분한 인풋을 주려면 3분은 너무 부족한데... 마음이 급해진다.
대안: 아이 뇌가 원하는 방법으로
A는 늦둥이 아이에게 영상과 책이 같이 있는 스토리 몇 개를 보여 주었다. 먼저 그림들을 보면서 아이는 추천 영상과 전자책 10권 중 한 권을 선택해서 본인의 서재에 넣었다. 추천 영상과 책 목록은 내가 유튜브에서 찾아본 것이다. 그래도 다운로드하는 것은 나보다 아이가 더 잘한다. 아이는 잠들기 전에 누워서 영어 그림책의 읽어주기 버튼을 누른다. 영어 원어민의 목소리로 읽어주는데 몇 번 듣더니 이제는 빨리 읽어주기로 듣는다. 큰 애 때는 돈이 없어서 비싼 영어 오디오 북을 사주지 못해 맘에 걸렸는데 이제는 이런 방법이 있고 참 좋은 세상이다. 난 아이와 상호작용을 위해서 아이를 안고 스토리를 물어본다. 아이는 신이 나서 설명을 해준다. 그러다가 갑자기 잊어버린 부분이 있는지 그 부분을 다시 듣는다. 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아이에 대답이 예사롭지 않다. 아이는 내가 이 스토리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에 너무 기분이 좋고 엄마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더욱더 신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