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합창단

오디션

by 안방마님

초등학교 때 특별활동으로 합창단 활동을 했다. 지휘자 선생님 앞에서 노래를 불러 합격해야 입단을 할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노래를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라 합창단에서 4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3년을 소프라노 파트에서 노래했다. 같은 학군에 있는 학교들끼리 경쟁하는 합창대회도 매년 있어서 두 번 대회에 나갔던 기억도 있다. 아침 일찍 등교해 강당에서 아침 연습을 하고 방과 후에도 연습하고, 대회에 임박해서는 주말에도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 지휘자 선생님의 손짓에 따라 대열의 오른쪽, 왼쪽 끝에 서 있는 소프라노와 베이스는 몸의 각도를 조금 돌려 선다. 한 번 더 손짓하시면 악보를 들어 올려 자세를 잡는다.

호흡하는 방법, 소리내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셨지만 내가 제대로 소화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연습이 쌓이면서 점점 더 소리가 편안해지고 함께 쌓아가는 화음 속에서 내가 덧붙이는 소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휘자 선생님의 표정과 팔의 움직임에 따라 물레에서 실을 잣듯 소리가 이끌려 나오는 경험은 특별한 것이었다.


20대 중반에 천주교 예비자 교리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본당 청년 성가대 활동을 시작했다. 신도시라 초기에는 비닐하우스 성당에서 봉사했는데 소리가 하나도 울리지 않아 작은 실수도 너무 드러나 곤란한 상황들이 적지 않았다. 성당 완공 후 2층 성가대 석에 올랐을 때의 그 감격, 소리가 울려퍼져 모두가 신이 나 노래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성가대 활동을 함께 하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기까지 성가대활동을 지속했으니 기간은 5년 정도 된 것 같다.


딸 아이도 곧 대학진학을 하니 생업 이외에 나를 위한 일을 하나쯤 하고 싶던 차에 성가대 공고를 보고 오디션을 보러 갔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난 사전 신청을 하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 끝에서 두 번째 순서로 오디션을 치렀다. 그랜드 피아노 옆에 놓인 보면대에 내가 오디션곡으로 선정한 '가톨릭성가 39번 하나되게 하소서' 악보를 펼쳐놓고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지휘자 선생님은 듣고만 계시지 않고 몸으로 반응해주셨는데 그 모습에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호흡을 가다듬고 소리를 만들었다. 이후에는 시창 테스트를 했는데 음도 음이지만 박자를 못 맞춰서 아주 민망했다. '시창이 처음이라...'는 말로 조금 변명을 붙여 보았다.


며칠 후 단장님으로부터 '스텔라 자매님, 오디션 합격을 축하합니다' 라는 문자를 받았다. 딸과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셨다.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가족들이 기뻐하니 이 기회가 새록새록 감사로 다가왔다. 이후에 지도 신부님과 간단한 면담을 했는데, 3개월 간 나와 합창단이 서로 지향하는 바가 같은지를 서로 확인해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씀하셨다. 또 성실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성가만 부르고 돌아가는 게 아닌 미사 준비(독서, 복음, 미사지향 등 사전 숙지)를 잘 해 와서 미사 시간을 충만하게 하기 바란다는 말씀도 해 주셨다.


3개월 후 합창단의 스텔라로 합당한 자리에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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