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면 육아가 끝날 줄 알았다

끝난 거 아니었나요?

by 안방마님

2006년에 태어난 딸아이가 2024년에 고3이 되어 9월 6일~13일, 1주일 간 2025년 대입 수시원서접수를 마쳤다. 막판 경쟁률 눈치보기는 없었던 비교적 평이하고 순탄한 접수였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인한 긴박감이 있어 아이는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신있게 준비한 카드는 성적이 더 높은 친구에게 밀리고, 담임선생님은 갑자기 생각지 않았던 카드를 제안하시고, 급 애정을 갖고 알아보는데 또 다른 친구들과 겹치고, 그 와중에 이 대학과 학문에 내가 관심이 있었던가? 다 떨어지고 여기만 붙어도 기쁘게 등록하고 반수 따위 고민하지 않을 것인가? 를 어렵게 결정하는 며칠간은 지켜보는 나에게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내 깊은 마음 속 저 한켠에서 스멀스멀 올라와 짜릿함을 주는 것이 있었으니, 이제 나의 육아는 곧 끝난다는 사실이었다. 중학교 진학 전부터 시작된 수학학원 수업료를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되고, 주중 기숙사 생활을 위한 일요일 밤 입소 라이드를 해 주지 않아도 된다. 방학 때마다 아침을 준비해놓고 알람을 듣지 못하고 늦게까지 잘까봐 깨워놓고 출근을 한다든지, 그 마저도 미덥지 못해 출근해 자리에 앉자마자 딸에게 전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과거 독서실 자리를 대체한 스터디카페 정기 이용권을 결제해주고 점심도시락을 싸 주고,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저녁식사를 챙겨 주기 위해 지하철 3개 노선을 환승하며 퇴근신공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예민한 수험생 심기 거스를까 행동거지 자제해 온 것 까지도, 이제 곧 과거의 일이 된다 이 말이다.


아싸 육아 끝! 만세를 부르려는 찰나 '50이면 육아가 끝날 알았다(로렌스 스타인버그 저)' 를 접하게 되었다. 이 무슨 알고리즘의 저주인가. 내가 올해 50세라서? 아니 또 뭐가 남았나요, 이제 너는 너, 나는 나 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제발 끝났다고 말해 주세요.


딸은 모든 면에서 참 수월하게 자랐다. 아기 시절부터 18세가 된 지금까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본전 이상을 뽑아오는 딸이었기에 나는 그저 뒷짐지고 웃고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딸이 중1었던 2019년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면서 부와 모 노릇을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압박에 좀 허둥대던 시기가 있었다. 남자 어른과의 교류가 없는 채로 자라는 여자 아이의 결핍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나는 딸이 아니었기에 딸이 순간순간 어떤 마음의 생채기를 입는지 알 수 없었다. 또 상처가 깊어지거나 잘 아물지 못해 어떤 왜곡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의 조바심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 곧 성인이 되니 나의 긴장감도 조금은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육아가 끝이 아니라니.


책은 지금 읽는 중인데 교육학 전공자의 가락이 있는데다가 18년간 육아를 해 온 덕에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처럼 제목부터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육아'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총체적으로는 성인 자녀와 새로운 관계 맺기를 제안하는 책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생각해보니 다가오는 나의 노년만 생각했지 딸이 어떻게 건전한 성인으로 완성되어 이 사회에 안착할 것인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딸이 온전한 성인이 되려면 여전히 나의 지지와 도움, 곧 성인 자녀 육아가 응당 필요한 것이다.


딸이 대학에서 공부하며 성인으로 여물어가는 동안 나 역시 성인 자녀의 부모 노릇,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그래야 앞으로 30년 이상 남은 딸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수 있을테니.


50대에 접어든 싱글맘과 곧 성인이 되는 딸이 동거하며 어쩌면 서로를 키우는 이야기, 이제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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