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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Sep 10. 2024

다정한 이웃과 함께

고시원과 학원가가 밀집해 있는 노량진

나는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마당과 옥상, 광이 있는 한옥집에 살았다

한 지붕 네 가족 

안채는 우리 여섯 식구가 살았고 엄마는 세 가구에게 월세를 주었다

고시생이나 재수생이 일 년씩 살기도 했고 지방에서 상경한 부부, 형제, 자매, 신혼부부들이 우리 집에 세를 살았다

마음이 맞거나 살가운 세입자가 들어오면 엄마와 어른들은 곧잘 마당에서 밥이나 과일 술을 먹고 마시곤 했다

사람이 적으면 마루에서 먹었고, 함께 먹을 사람이 많으면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저녁을 먹었다

함께 먹었던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삼겹살이다

초저녁 한 집에서 삼겹살을 굽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고기 굽는 냄새가 동네를 휘감아 모든 집들의 저녁 메뉴는 삼겹살로 급변경된다

삼겹살을 여럿이 먹으려면 가장 큰 돗자리를 마당에 깔고 그 위에 신문지를 겹겹이 펴야 한다

버너나 숯불을 피우고 그 위에 두꺼운 불판을 넣고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밥을 먹기 시작하면  웃음소리, 말소리, 소란스러움이 뒤섞여 대문과 담장을 넘어가 버린다

이십 년이 넘게 마주 보고 살았던 집에서 같이 먹어도 되냐고 대문을 두들기기도 했고 뒷집이나 옆집 아줌마들이 맛있게 먹으라고 고함을 쳐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같이 먹자고 어서 오라고 외치기도 했으며 찾아온 이웃들에게 항상 대문을 열어주었다 

고기가 모자라면 시장이 옆에 있어 고기 상추 마늘은 내가 금세 뛰어가서 사 오면 그만이다

빈손으로 오는 이웃들은 거의 없었다

자기가 먹을 밥과 반찬, 김치 수박이나 맥주 소주 음료수를 가져오기도 했고

미쳐 챙겨 오지 못했으면 아이들에게 슈퍼에 가서 과자를 먹으라고 용돈을 주시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적 이웃들은 말 그대로 이웃사촌이었다

식구들과 먹는 밥도 맛있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과 먹는 밥에는 인정과 관심 재미 소박함이 있어 몇 배는 더 맛있었다

내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삼겹살은 마당이 깊은 우리 집

다정한 이웃들과 정겹고 소탈하게 먹었던 삼겹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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