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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Jun 06. 2022

인생이 지루하면 클라이밍을

1분 만에 나는 살고 싶구나를 깨달을 수 있는 방법

우울감, 좌절감, 무료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바로 운동이다. 


살짝 땀이 날 정도의 가벼운 운동은 머릿속의 잡생각을 지워주고, 아드레날린을 분비해 기분을 좋게 해 주고,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가져다준다. 운동의 종류라면 무엇이든 긍정적인 효과를 주겠지만, 인생이 무료하고 의미 없게 느껴진다면 클라이밍을 추천한다


여기서 말하는 클라이밍이란 인공암벽에서 하는 스포츠 클라이밍을 뜻한다. 진짜 내가 살고 싶다는 걸 느끼고 싶으면 자연암벽으로 가는 게 효과는 더 좋겠지만, 자연암벽은 기본적으로 혼자 할 수 없고 필요한 장비가 많기 때문에 처음 시작은 인공암벽으로 하는 게 좋다. 참고로 내가 자연암벽에 처음 올라갔을 때 느낀 감정은 '지금 내 발 밑에 까마귀가 날고 있는데 과제랑 시험이 뭐가 중요하지?'였다. 자연친화 인생무상을 직접 느끼고 조선시대 선비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면 자연암벽에 올라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클라이밍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취감이다. 


클라이밍은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문제는 시작 홀드와 마지막 홀드가 정해져 있고, 시작 홀드부터 마지막 홀드까지 정해진 홀드만을 이용해서 가야 한다. 이때 문제도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 수준에 맞는 문제를 골라서 풀면 된다. 


내 실력에 맞는 문제를 풀었을 때도 뿌듯하긴 하지만, 역시 가장 뿌듯할 때는 내 실력보다 조금 높은 난이도의 문제를 풀었을 때이다. 내 실력보다 높은 난이도이므로 당연히 처음에는 문제가 잘 풀리지 않고 중간에 실패하고 내려오게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내가 왜 이 문제를 푸는데 실패했는지, 길을 제대로 못 찾았는지, 아니면 자세가 이상했는지를 분석하고 다른 사람들이 문제 푸는걸 유심히 지켜본다. 그렇게 다시 한번 도전을 하면 전에보다 홀드를 하나 더 잡을 수 있다. 그렇게 계속해서 실패하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완등에 성공한다. 


완등에 성공했을 때의 그 짜릿함과 성취감이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어느 운동이든 실력이 늘면 뿌듯함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클라이밍의 뿌듯함이 더 큰 것은 클라이밍을 처음 하는 초심자도, 고이고 고인 고인물도 모두 단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성공'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운동을 해 보긴 했지만 어느 운동이든 그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이 성취감을 느끼긴 힘들다. 필라테스를 처음 배울 때 재밌긴 했지만 나의 나약한 몸뚱이에 한탄을 금하지 못했을 뿐 특별히 성취감을 느끼진 못했다. 내가 필라테스를 몇 달씩 배워서 안 되는 동작이 되기 시작하면 좀 뿌듯해지긴 하겠지만 그 전까진 운동 자체에서 성취감을 느끼긴 힘들다. 


그런데 클라이밍은 운동을 처음 해 보는 사람도 자신의 실력에 맞는 문제를 풀면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그것도 단 1분 이내에 말이다. 


클라이밍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하다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건데, 어지간히 겁 없는 사람이 아닌 이상 초보자는 떨어지지 않는다. 인공암벽이 아래에서 보면 낮아 보이지만 막상 위에 올라가 보면 조금만 올라가도 높이에서 오는 공포가 상당하다. 따라서 초보자는 본능적으로 내가 저걸 잡았다간 떨어지겠구나 싶은 짓은 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가 손이나 발이 미끄러지면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면서 본능적으로 잡고 있는 홀드를 젖 먹던 힘까지 다 해 움켜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평소에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추락할 뻔한 경험 한 번만 해 보면 '아 이유는 모르겠고 일단 난 살고 싶구나'를 간절하게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는 근본적으로 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내 몸은 살고 싶다는 걸 깨닫는 것만으로도 이 생각에서 빠져나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초보자만 추락하지 않는다고 한 이유는 실력이 늘면 늘 수록 여기서 떨어져도 안 죽는구나를 학습하기 때문이다. 암장에 깔려 있는 매트가 처음에는 단단하게 느껴지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트가 꽤 푹신하고 여기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에 추락의 위험이 있는 동작도 망설임 없이 하게 된다. 특히 문제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손가락 한 마디만 걸리는 홀드를 잡고 가거나, 아예 뛰어서 잡아야 하는 홀드를 잡을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실력이 늘수록 추락도 잦다. 




삶이 무료하고 지루하다면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면
클라이밍에 도전해 보자




글의 마무리로 평소에 여기서 불나면 어디로 탈출하지? 하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면 클라이밍을 배워 보는 걸 추천한다. 영화 엑시트처럼 창문 밖으로 나가서 창틀을 잡고 매달린 후 배수관을 타고 내려가면 무사히 탈출할 수 있겠지 하고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길 가다가 벽만 보이면 잡고 올라갈 수 있을까 상상하게 되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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