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밥그릇은 네가 담그렴
네가 오지 않았을 때 밤에 다른 집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면
엄마는 아기가 생긴다면 난 밤새 아이를 잘 볼 텐데.. 하고 울기도 했단다.
그래서 오래오래 기다린 네가 와서 밤 수유하는 것도 좋았단다.
그런데 말이야...
기분 좋게 한다고 안 힘든 건 아니야.
1~2시간씩 자면서 수유하고 정리하고 다시 누워 잠깐 눈 붙이고...
힘은 든단다.
웃고 있다고 힘까지 안 드는 건 아니야.
지금도 너희 아빠 먹을 것, 네가 먹을 것 준비해서 밥 먹고 나면 너랑 아빠는 일어나서 가면 그만이지만 엄마는 밥그릇부터 젓가락까지 다 싱크대로 넣어야 한단다.
이미 다른 엄마한테 자란 너희 아빠는 엄마가 책임을 질 테니 내가 키우는 너라도 니 밥그릇은 네가 싱크대에 넣도록 하렴.
밥그릇 하나 넣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생각하겠지만 그거라도 도와주면 엄마가 3번 왔다 갔다 할 것 2번만 하면 된단다.
그러니 얼마나 크겠니?
싱크대에 넣다 보면 언젠가 네 밥그릇 네가 씻는 날도 오겠지?
지금부터 하나씩 해 보자꾸나.
하나 더 바란다면 그런 네 모습을 보다 보면 너희 아빠도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단다.
언젠가 결혼해서 아내와 밥을 먹고 나면 설거지를 아내가 하는 날이더라도 밥그릇을 아내 꺼까지 담가주는 센스를 발휘해 보렴. 그럼 아내는 설거지를 하면서도 기쁜꺼야.
도움을 준다는 건 큰 걸 해주는 게 아니라 작은 것부터 해주는 게 도와주는 거란다.
어차피 큰 도움은 못 줄 수도 있잖니? 누구한테라도 작은 것부터 해주려무나.
----언젠가 장가갈 너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