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가 막내 시라 나 고3 때까지 친정에 제사가 없었다. 명절이라고 친척들이 오가고 하는 것도 아니라 명절날 심심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명절 당일에는 영업하는 식당도 없어서 특별히 나가 먹을 수도 없을 때라 앞집, 윗집에서 차례 지내고 우리 집에 한상씩 가져다주시면 그게 그렇게 맛났었다. 그래서 우리 집도 제사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었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제사가 생기는 거니 참 철없는 생각이었는데도 그땐 다른 집 차례 음식이 그만큼 부러웠던 거 같다.
고2 겨울방학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고3 때 처음으로 제사를 지냈던 거 같다.
첫제사라 고모, 삼촌들 다 오셨고 엄마도 음식을 엄청 준비하셨던 거 같다.
집이 북적북적하고 음식 하랴 오신 손님 접대 하랴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고모들 가실 때 우리가 한 음식을 엄마가 바리바리 싸주시는 게 아닌가?
정작 난 편히 앉아 먹어보지도 못 했는데....
그렇게 첫제사가 끝나고 나의 소감은....
굳이...... 였다.
그래도 한 번 지내기 시작한 제사는 1년에 1번, 명절 2번에 울 엄마는 보름 제사까지 지내셨다.
그런데 원래도 왕래가 많던 친척들이 아니다 보니 점점 안 오시더니 2년 만에 아무도 오지 않는 제사가 되었다.
그리고 나도 대학생이 되어 내 의견이 점점 제사상에 반영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리 집 상차림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싫어하고 손 많이 가는 동그란 땡, 명태전이 빠지고 육전, 오징어튀김, 새우튀김 등이 추가되었다.
음식 종류는 늘어났지만 동생들도 점점 음식 만드는데 투입되면서 제사 준비가 활기 차지기 시작했다.
서로 먹고 싶은걸 추가하고 만드는데 힘든 만큼 효율적이지 못한 음식은 빠지면서 점점 우리들만의 상차림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난 제사나 차례상 준비가 좋아졌다.. 아니지... 싫지 않았다.
예전엔 심심했던 명절이 먹을게 풍족해지니 우리끼리만 있어도 신났다.
물론 우리가 그만큼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먹을 게 없다면 재밌는 걸 찾지도 못 했을 거 같다.
그래서 올 해는 집에 우리끼리만 있어야 하는 신랑과 아이를 위해 혼자 음식 준비를 했다.
4가지지만 힘들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엄청 힘들다.
시댁 큰집을 가면 나 포함 며느리 넷에 시어머니, 작은어머니까지 계시니 수다도 떨고 일도 나눠졌는데 이건 장 보고 씻고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다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