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ong Dec 25. 2020

코로나 19의 조여 오는 포획망

선별 진료소를 가보다

 나에게 지난 한 주는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날들이었다. 새로 구입한 김치냉장고가 들어오기도 했고, 남편과 사소한 일로 하루 걸러 싸우고, 그중 가장 큰 일은 회사 직원 가족이 코로나 확진이 되어서 한바탕 난리가 났던 일이다. 금요일 아침에 전체 공지로 소식을 접했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해당 직원은 결과가 나오기 전이였지만, 다들 부정적인 생각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확실히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동선이 겹친 거랑은 느낌이 달랐다. 가족이면 매일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데 과연 정말로 코로나 감염이 안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마 다들 그랬을 것이다. 


 나는 남편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곧이어 남편네 회사에서 심문이 이어졌다. 남편은 계속 나를 들들 볶으며 그 직원과 나의 접촉 여부를 세세하게 물어봤고 나는 "만난 적 없고 말한 적 없고 근무하는 층도 다르다." 이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알렸다. 근무하는 층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위안이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흡사 콜센터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앉아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흡연자들은 전부 한 곳에 모여서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사실상 층이 다른 것은 의미가 없었다. 


 결국 당일에 해당 직원의 확진 여부를 알지 못한 채 퇴근을 했다. 회사에서는 그 직원이 확진이면 전부 다 검사를 받아서 주말까지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고, 확진이 아니면 굳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남편네 회사에 무조건으로 남편과 나의 코로나 검사 결과를 보고해야 했기 때문에 토요일 아침 일찍 집 근처 선별 진료소를 방문했고, 다행히 내년 1월 3일까지 무료검사 기간이라 부담 없이 갈 수 있었다. 


 처음 재난문자로 무료검사 기간을 안내받았을 때는 '증상도 없는데 누가 거길 가려고 할까?'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가보니 사람이 엄청 많았다. 오전 8시 50분 즈음 도착했는데도 줄이 길었다. 서있는 사람들은 거리를 꽤 많이 두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 9시에 검사가 시작되고 우리 차례가 가까워오자 뉴스에서 자주 보던 하얀 코로나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니 몸이 더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었다. 


 검사 순서는 이렇다. <열을 잰다 -> 무증상인지 확인 -> 설문지 작성(나이, 성별, 핸드폰 번호 등 기본사항) -> 코로나 검사 -> 귀가> 조용하고 신속하게 슉슉 처리되니 길었던 줄도 금방 빠졌다. 남편은 독감 검사도 안 받아 본 사람이라 코로나 검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던 모양이다. 대뜸 콧구멍에 뭔가를 집어넣어서 후비는데 마치 뇌까지 닿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너무 불쾌하고 싫었다고 한다. 몸서리를 치면서 말하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싫은 감각 베스트 3위 안에 링크했다고 한다. (참고로 1위는 비수면 내시경, 2위는 화생방이다.)  


 일요일 오전 남편과 나는 음성 판정을 받았고, 다행히 회사 직원도 음성이 나왔다. 이제 정말 코로나가 뉴스 기사로만 접하는 게 아니라 나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범위가 조금씩 좁혀지는 기분. 남일이 아닌 거다. 우리끼리는 괜찮아, 가족끼리는 괜찮아, 지인끼리는 괜찮아했다가는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이젠 정말 정신 차리고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할 때다. 크리스마스인 오늘을 맞이하여 나는 전 세계 사람들이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