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지만 놀고 싶고, 놀고 싶지만 쉬고 싶어
나의 머릿속은 항상 무언가를 생각한다. 특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이 되면 더욱 그렇다. 대표적인 예로 출퇴근길, 약속 장소로 향하는 버스 혹은 지하철 안, 잠자기 전 침대 위 때로는 일하면서도 늘 내 머릿속은 복잡하다. 주로 생각하는 것들은 크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도는데, 내년으로 갔다가 다음 달, 이번 달, 이번 주로 돌아오고 다시 내년으로 가는 식이다. 남들도 다 비슷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특히 나는 계획적인 성향이라 오늘 해야 할 일, 내일 할 일, 주말에 할 일을 꼭 캘린더에 체크하고 실행하고 지워나가는 것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만큼 스트레스도 받는다.
내 캘린더를 보면 사소한 일정들로 꽉 차있다. 보고 있자면 세 가지 감정이 존재하는데, 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에 대한 답답함, 까먹지 않고 잘 기록해 둔 것에 대한 안정감, 혹시 놓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다. 혹여나 처리하지 못하고 지나가게 되면 내가 생각한 마지노선 날까지 최대한 미루게 되는데 그땐 답답함에 속이 꽤나 시끄럽다. 특히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면 더 미루게 된다. 마치 시험공부하기 전 책상 정리하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바쁜데(?) 또 주말이면 꼭 하루 정도는 밖에 나가고 싶다. 체력은 받쳐주지 않지만 정신은 늘 노는 것을 갈망한다. 금요일 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남편을 살살 꼬셔본다. "우리 이번 주에는 뭐해?" 아마 남편은 많이 피곤할 것이다. 왜냐면 그는 집돌이의 표본이다. 그에게 주말이란 쉬는 날과 동시에 소파와 한 몸 되는 날이다. 그렇게 주말 내내 쉬면 좀 쑤시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 스스로도 '너 하고 싶은 게 도대체 뭐니'라고 진절머리가 났던 때는 신혼 초 백수 생활할 때가 최고치였다. 타 지역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터라 아는 사람도 없고 남편은 매일 바빴다. 사회생활 시작하고 가진 첫 휴식이었지만 3주 정도 되니 심심해서 몸에서 사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몸이 바빠야겠다 싶어서 시간대별로 하루 일과를 짰다. 몇 시에 기상할지, 밥은 몇 시에 먹을지, 몇 시까지 청소하고 나갈 것인지 등 아주 구체적으로 계획해보았다. 처음에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자유롭고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여전히 허전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는 백수는 못하겠다.'
결론적으로 직장을 다녀서 바빠도, 일이 없는 백수여도 늘 쉬고 싶음과 놀고 싶음의 외줄 타기를 해야만 하는 현실이 참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도 '혼자 있기 싫은데 혼자 있고 싶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난 그 감정이 어떤 건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마음에 와 닿았었다. 비록 남편은 공감해주지 못하지만 나 같은 사람도 꽤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냥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지금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다. 스트레스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갈대 같은 마음에 자연히 생각을 맡기며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내 마음과 더 지혜롭게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