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천] 논문에는 담지 못한 어느 인류학자의 난민 캠프 401일 체류기
통역 덕분에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려고 했더니 배송까지 며칠 걸려서
통역 날짜까지 읽기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e-book으로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제가 통대를 준비할 때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동일본대지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지진을 직접 겪지 않았던 일본의 가정 주부들이
매일 TV에서 나오는 동일본대지진 관련 뉴스로 인해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통대를 준비하던 저도 매일 일본의 뉴스를 공부하면서
마음이 심란했더랬죠.
통대를 다닐 때 가장 큰 이슈는 IS와 난민이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슈는
매일매일 확인하고 공부할 수밖에 없으니
통대를 다니지 않았더라면 정말 다른 나라의
남의 일처럼 느꼈을 IS테러와 난민 문제가
마치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2년을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또 TV에서 뜸해지는 일들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일어나지 않은 일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통역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2년 동안 마치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았던 난민 문제,
대학원을 졸업하고는
또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난민신청에 소극적인 국가입니다.
그것이 마치 한국과 일본 사회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논조의 기사도 많죠.
어느 순간
그 의견이 마치 정답인 것처럼 생각되기
시작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번 통역에는 또 다른 의견이 있었습니다.
난민신청을 많이 받아준 상위 국가가
난민 발생 주변국이라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난민이 너무 먼 나라이고
너무 다른 문화의 국가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일본에 난민이 발생한다면,
한국에 난민이 발생한다면
과연 그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주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라는 질문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한일관계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한일은 그렇게 서로를 수용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보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난민은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자신이 태어나 평생을 살던 곳을 떠나
10년이 넘도록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본에도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의 모습이 겹쳐졌다던 일본의
한 참가자 분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후쿠시마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 그들에 대한 오해들이 떠오르면서
같은 나라 사람끼리도 따뜻할 수 없는 현실이 떠올라
생뚱맞을 수 있는
'집 떠난 설움'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번 행사 참가자분이 우리에게 난민의 이미지는
난민 발생국에서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자신의 나라를 떠나와 난민이 되는 그 시작이
그들의 결론처럼 남아있던 것 같다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나라를 힘들게 떠나오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안쓰러워하고
그래도 무사히 어느 안정적인 나라에 도착한 이들을 보며
다행이라 생각하며 TV를, 인터넷 창을 끕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 순간이
낯선 곳에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출발점이고
그렇게 그들의 인생은 이어집니다.
이 책에는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걸어서 국경을 넘은
우리 기억 속에 그렇게 남아 있는
난민들의 삶과 생활이,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넘어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신 분들의
귀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