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몰아보기가 제 맛인데
어쩌다 방영 중인 드라마를 보게 되어서
ㅎㅎㅎㅎ
최우식 배우를 처음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거의 10년 전쯤 [심장이 뛴다]라는
소방관 체험 예능에서였다.
그 이후로 시트콤도 잘 봤고
오래 걸렸지만 인기가 많아져서
뿌듯한 순수해 보이는 사람.
그와 잘 어울리는 드라마인 것 같다.
고등학교 친구와의 풋풋했던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연애 드라마인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주인공 둘의 연애보다 눈에 더 많이 들어왔던 건
성장해 가는 주인공들 옆에 있던
어른들이었고,
그 어른들 덕분에 이 드라마가 좋았다.
공부를 잘해도 못해도 상관없어.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고
하고 싶은 것을 해도 괜찮아.
그냥 존재 자체로 괜찮아.
우리 아들이니까.
아들이 유명한 작가가 되어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림을 그려도
못해준 것만 생각이 나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그저 짠하기만 한...
문득, 우리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통대에 가겠다고
새벽까지 잠도 안 자고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꿈을 응원하면서
고생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고...
부모 마음이 다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내 자식이 성장해서 원하는 것을 하며
꿈을 펼치며 살기를 응원하지만
그 길이 쉽지 않음을 아는 어른이기에
어른이 되어 가는 내 아이가 안쓰러운...
바빠서 잘 챙겨주지 못한 내 아이가
어느 날 데리고 온 친구.
누구인지, 어떤 집안인지,
부모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내 아들 친구니까 너도 내 아들이지.
이 장면이 가장 마음이 짠했다.
아버지가 없는 편모 가정에
어머니가 잘 챙겨주지 못하는 아이,
안타깝게도 요즘 시대에 저 아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친절한 친구의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없는 것도,
어머니가 일을 해서 저 아이와 살아야 하는 것도
그 어떤 것도 죄가 아닌데
왜 저 아이에게 이 사회는
드라마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할까...
매일 혼자 짜장면을 시켜 먹는 아이에게
배달 아저씨는 웃으며
주머니에서 요구르트 하나를 꺼내 준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어른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많았던 것 같다.
세련되지는 않아도
정이 있었던 것 같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낳은 아이들도 아닌데
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어른이 되어갈 시간들을
상상하면 가끔씩 짠하다.
요즘은 젊은 세대에게 참 친절하지 않은 세상인 것 같다.
무엇이든 다 배우고, 다 알아서 할 줄 아는 상태에서
사회에 나와야 하는 것 같다.
아무도 친절하게 사회를 알려주지 않는다.
일이 힘들어도 좋은 어른과 일을 할 때는
버틸 힘이 생긴다.
버티면 나도 저렇게 좋은 어른이 될 것 같으니까.
좋은 어른이 가끔은 내 등을 토닥여 주니까.
겨우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언니와 선배지만
그래도 곁에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되는 것이다.
동정이 아니다.
내가 필요하다고 말해 주는 것이다.
좋은 어른에게 인정받는 것이
때로는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이해가 안 갔던 장면 하나.
자신의 것을 아무렇지 않게 나눠주는
최웅을 보여 주고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아마 웅이 부모님의 성향이었다면
처음부터 꽃다발을 두 개 사 오셨을 것 같다.
그랬더라면 이 드라마가 나는 더 좋았을 것 같다.
번외
인생을 아무 생각 없이 정말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았던 최웅.
하지만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엄마, 아빠를 너무 사랑해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마음대로 살 수 없었다는
그 마음이 너무 짠하면서도 머리가 멍했다.
어른들 눈에, 다른 사람들 눈에
그저 한심해 보이고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사람도
그 안에 어떤 상처가 있는지
어떤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지
그 사람이 아니고는 아무도 알 수 없는데
너무 내 기준으로 그들을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동화 같은 드라마,
이런 동화 속 어른이 현실에도 많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조금 덜 상처받고
조금 덜 아파하면서 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