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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 Eunjeong Feb 03. 2022

방송 통역_통역사의 비수기


통역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통역사들에게 대체적으로

1,2월은 비수기입니다.


회계연도가 넘어가기 전에는

회사도 외부 일정을 줄이고

포럼이나 교류 역시

연말연시에 추운 1,2월은

피하는 편인데요.


올해 저의 첫 통역은

방송이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일본 고객은

원격을 통해 접속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겠죠.






또 하나 코로나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현장이 있다는 것이죠.

행사 이틀 전에 PCR 검사를 받으러 가면서도

왠지 마음이 두근두근하네요.


백신 접종도 했고

저는 최강의 집순이라서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지만

혹시나 행사 직전에 코로나 양성 판정이라도

받게 되면 저로 인해

행사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긴장이 됩니다.


그래서 통역 의뢰를 받게 되면

정말 필요한 외출이 아니면

밖에 잘 나가지 않습니다.






통역사에게 중요한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비밀유지입니다.


방송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현장은 일이 진행에 과정에 있거나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고객의 회의 내용은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되겠죠.


그렇지 않더라도

통역사는 회의가 끝난 이후에는

제 3자입니다.

제 3자가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을 떠나서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죠.


그리고 기억하고 싶어도

끝나고 나면 정말 감쪽같이 기억이 사라집니다.


많은 통역사 선생님들이

회의 내용을 모두 기억하면

뇌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는 농담도 합니다.





프리랜서는 늘 새로운 내용을

공부해야 하는 것도 어렵지만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해야 하는 것 역시

큰 과제입니다.


이번 현장에서 제가 당황했던 것은

마이크였는데요.

강의 녹화를 하거나

행사장 마이크, 동시통역 부스 내의 마이크는

굉장히 감도가 좋기 때문에

너무 큰 목소리를 내게 되면

청중이 피로감을 쉽게 느낍니다.


그런데 이번에 현장의 마이크는

감도가 낮아 마이크 가까이에서

큰 소리로 말을 해야 MC와 다른 게스트들에게

정확하게 들리더라고요.


TV에서 가끔

마이크를 거의 입에 붙인 상태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데

다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더라고요.


현장에서 보니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고

현장이 바쁘게 돌아가니

완전 무음 상태로 녹화를 하기 힘들어

마이크의 감도를 낮춘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이번 통역은 12시간 정도의 일정이었는데요.

앉아서 말만 하는 것 같은데도

뇌를 많이 써서 그런지

늘 '당 떨어진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죠.


현장 가는 길에 편의점이 없어서

간식을 못 샀는데

주변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달달한 것들을 나눠 주셔서

생명 연장했습니다.

ㅎㅎㅎㅎ





주최 측에서 점심도 주시고

저녁도 주시고

본도시락 참 맛있네요

ㅎㅎㅎㅎ





쑥스럽지만 저의 노트테이킹입니다.

지금까지 저의 노트테이킹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해석 가능했던 분은

딱 한 분 봤습니다.


노트테이킹은 통역사들마다

자신만의 기호와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아니면 의미를 정확히 알기 힘들죠.

또한, 통역사가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화자가 하지 않은 말을 덧붙이거나

중요한 말을 빼서는 안 되기 때문에

노트테이킹은 키워드만 적는 것이 아닌

화자가 한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다 표현하며

수식어까지도 있는 그대로 표시합니다.


저는 손이 느려 기호를 많이 쓰는 편이라

동기들도 저의 노테를 신기해했는데

현장에서 만나는 고객분들도

대부분 한 번씩은 이게 뭔지 물어보신답니다.



오전 10시에 나갔는데

새벽 1시가 되어서 집에 들어왔네요.

통역사의 가방은 언제나 빵빵합니다!!

오렌지 주스까지 현장에 가져간 건 아닙니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오렌지 주스가 마시고 싶어

샀습니다.

ㅎㅎㅎㅎ


통역이 끝나면 항상 만감이 교차합니다.

오늘 잘못한 건 없는지,

청중들이 이해하는데 부족함 없는 통역이었는지

하루 종일 했던 통역 내용을 복기하며

집에 돌아옵니다.


이날은 신기한 인연으로

예전에 통역 현장에서 뵀던 분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장 높은 직책의 분이었기 때문에

저를 전혀 기억 못 하실 줄 알고

통역 준비에 열중하고 있는데

먼저 자신을 기억하냐고 물어봐 주시고

함께 또 일하게 되어 좋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통역을 잘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주신 덕분에

자아 반성보다 감사한 감정을

더 많이 가진 채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통역은 늘 긴장되는 일이지만

흥분되고 행복한 저의 일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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