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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 Eunjeong Jul 15. 2024

이상한 느낌

가족은 연결되어 있다

2004년 나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새로운 유학생활, 학교, 처음 해 보는 홀로서기로 정신없이 살던 시절.

갑자기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카톡도 없던 그 시절에 엄마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물었다. 


'아빠한테 별일 없지?' 


아무 일도 없다는 엄마의 대답을 듣고 전화를 끊었지만 불안한 마음은 해소가 되지 않고

오히려 엄마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친한 친구에게 다시 연락을 하여 집에 좀 가봐 달라고... 

평일 낮에 가서 혹시 집에 아빠가 있는지 봐 달라고 부탁했다. 

집에 다녀온 친구는 아무 일도 없고 아빠도 잘 계신다고 하며 

우리 엄마에게 본인이 이야기를 잘했으니 방학 때 한국에 오라는 말을 전했다.

당시 엄마는 방학에도 일본에서 놀러 다니며 적응하라며 한국에 오지 않는 게 낫겠다 했었는데

내 친구가 엄마를 설득한 것이다. 


그래... 친구까지 그렇게 말하는데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맞겠지라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다. 

오자마자 엄마가 차려 준 밥을 먹으려는 순간 엄마가 말했다. 


'밥 먹고 병원 가자. 아빠 병원에 있어' 


어떤 상황인지 듣지도 않았고 묻지도 않았지만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빠는 내가 유학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에서 야근을 하다 쓰러졌다. 

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오른쪽 마비 증세로 많은 신체적 기능을 잃었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도 4개월 동안의 치료로 처음보다는 조금 나아진 상태라고 했다. 


병원에서 아빠를 보자 눈물이 났다. 

아빠도 나를 보자 눈물을 흘렸다. 

담대한 엄마는 애써 말한다. 

'아이고 둘이서 드라마를 찍네' 


조금 후 친구가 병원으로 와 또 셋이 함께 울었다. 

'미안해. 엄마가 말하지 말라고 해서 말 못 했어' 


엄마는 어쩌면 내가 유학을 하는 동안 최대한 오래 아빠의 상태를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게 혼자 타지에서 공부하는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친구도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마음을 알기에 슬프고 고마웠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울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계속되기에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다.

아픈 아빠와 우리 가족의 삶은 그 시작이었던 그 순간이 가장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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