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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Mar 03. 2022

갑 티슈 때문에 응급실에 갈 줄이야!

침대 위 갑 티슈가 공격을 했다.

역사적인 3.1절 아침.

남편이 눈이 너무 아프다며 일어나질 못하고, 살면서 그동안 보아온 눈물 중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살이 없는 편인데 이상하다 생각이 들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건은 발달은 이러했다.

2월의 마지막 날, 요즘 한참 남편과 드라마 정주행으로 새벽 2시까지 소년심판을 보고 침실로 들어갔다.

"우리 이거 보고 다시는 시작하지 말자. 우리 요즘 드라마 폐인인 것 같아" 키득 웃어대며 잠을 청했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자다보다 옆에 남편 얼굴이 아닌  갑 티슈가 있었다. 원래 남편 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는데 이상하다 싶어 별생각 없이 침대 위에 다시 올려놓고 잠이 들었다.

"아무래도 갑 티슈가 떨어진 것 같은데 왜 떨어졌을까?"

"내가 손으로 자다가 쳤나?혹시.. 자기가 던진 건 아니지?"

"던..... 던졌나?" 하며 웃었지만 남편은 울고 있었다.

공휴일이라 안과도 전부 문을 닫았고, 급한 마음에  약국에 뛰어가 물으니 통증은 안약이 없다며 다래끼 약을 줬다. 항생제가 첨가되어 있으니 써보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던 남편 눈의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고, 급기야 이대로는 저녁에 잠도 못 잘 듯 싶어 응급실행을 결정했다. 남편은 날 밝은 대로 안과가 가면 된다고 했지만, 면허만 없지 우리 집 김닥터로 불리는 나의 진단으로 각막에 상처로 보였다.

"각막에 상처가 있을 것 같은데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단호하게 데리고 나섰다.  조금 순순히 따라나선 거 보면 아프긴 많이 아팠던 모양이다.

집 건너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대학병원이 있는데 안과 응급은 없어 택시로 30분 이상 걸리는 병원에 도착했다. (안과 응급은 반드시 응급실을 확인하고 가셔야 합니다!) 1종 면허만 있으면 뭐하나? 갱신만 하면 뭐하나? 운전경력 1도 없어 엄청 후회스러웠다. 봄 되면 반드시 연수를 통해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겠다 다짐을 택시에서 내내 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저녁 7시

한두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다른 병원을 알아봐 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냥 기다리로 했다. 아이들 어렸을 때 급성장염, 기관지염으로 응급실에 두 번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이들이어서 그랬는지 바로 진료받고 돌아왔었는데,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다. 남편은 줄줄 눈물만 흘리고, 집에 남겨둔 두 아이 걱정에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 낮에 올걸 하며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렇게 오래 기다릴 줄 예상하지 못해 결국 두 아이가 처음으로 부모 없이 잠을 자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감사하게도 독일에 살고 있는 이모가 실시간으로 영상통화를 켜놓고 아이들을 케어했다. 둘이 알아서 씻고, 침대 정리하고 잠이 들었다. 아빠 엄마 없으니까 침대에서 같이 자라고 자고 있으면 금방 간다고 약속했지만 9시가 넘어도 의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림이 절정에 이를 때쯤 남편의 이름이 호명되고 응급 실안으로 들어갔다. 안과는 응급실에서 진료를 안 보고 외래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적만만 가득한 7층에 도착하니 의사 선생님이 나타나셨다. 선생님은 남편을 보자마자 눈에 약을 넣어주셨고, 남편은 이제 살겠다고 이제 안 아프다고 했다. '와. 선생님 의술이 대단하고만 응급실에 오길 잘했네'라는 생각이 들 때쯤 "이 약은 마취제예요. 드릴 수 있는 약은 아니고요. 안 아프시죠?" 우리는 빈 병원 복도에서 '띠로리'라는 절망적인 음악을 분명 들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 쳐다보고 절망했다. 통증 잠시 줄여준 건 마취제였다. 마취제가 역할을 잃어 갈 때쯤 통증은 다시 시작됐고,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데만 1시간 30분이 소요됐다. 검사 결과는 예상대로 각막 찢어짐이었다.

눈에 먼지만 들어가도 아프듯이 눈은 우리가 별거 아닌 것 같이 생각되는 충격에도  많이 아플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다. 영화의 액션 장면에서 그렇게 눈을 맞아도 일어나 싸우고 대사 하는 장면은 역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각막 찢어짐에 대한 통증의 약은 없다고 했다. 안약을 주셨지만 눈에 균이 감염되지 않게 위해 주는 것이라고, 결국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했다. 마치 우리가 무릎 까지면 아물듯이 시간이 필요한 일이며, 통증은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일에서 일주일 정도까지 많이 아플 수 있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은 게 11시 30분이었다. 자정을 향해 가는 병원을 뒤로하고 택시에 올라탔다. 반복해서 넣은 마취제의 약효가 떨어지니 남편은 집에 오는 내내 울고 또 울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잠들어 있었다. 동생이 침대에서 떨어질까 봐 침대 아래에 베개를 깔아놓고, 동생이 이불을 안 덮고 자니까 만약에 소룡이가 먼저 잠들면 이불 좀 덮어주라는 당부도 잊지 않고, 동생에게 이불이 덮혀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울컥했다. 남편도 말을 잇지 못했지만 고통 때문인지 감동 때문인 지는 알 수 없었다. 고작 12살, 8살 아이 둘이 씻고, 준비하고 잠든 모습을 보니 침대 아래 있던 갑 티슈를 던져버리고 충동을 느꼈지만 참았다. 아이들을 자리로 옮겨주고, 침대에 누워 언제 아이들이 이렇게 자랐는지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옆에서 계속 울고 있는 남편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자정이 넘어 도착하고 피곤했지만 쉬이 잠들지 못했다.

 

고작   안되게 채워진  티슈가  위에 떨어져 속수무책으로 응급실까지   보면 세상일은   앞도   없다는 말이 맞다 싶었다. 다음  남편은 조금 나았졌다했지만 결국 출근을 하지 못했다.

소룡이의 입학 , 남편은 부은 눈을 부여잡고 원치 않은 눈물을 흘리며 마중을 했고, 혼자 입학식에 참석했다. 둘째 아이의 입학의 설렘은 전날 응급실에 다녀옴 피곤함과 여전히 울고 있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설레이는 기분도 나지 않았다.

 

사실, 3.1절 이후 아이들 개학을 앞두고, 아무도 없는 집에  고요히 혼자 있는 모습에 이미 행복했었는데...

출근 못 하고 집에서 여전히 울고 있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부디 빨리 쾌차하여 출근하길 바라는 더욱 간절해 졌다. 이 마음이 남편이 안아프게 빨리 낫길 바라는 마음인지, 그저 혼자 있고 싶은 바람인지 알 수 없지만 당연히 안아프길 바라는 마음이 8할은 된다는 자기 암시를 하며, 아이들 개학만큼 남편의 출근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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