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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Aug 04. 2022

12년 만에 쓰는 며느리 해방 일지 5.

해방의 의미은 과연 무엇을까?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만 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시어머니의 요양원 입소는 생각과 달리 순조로웠다. 요양원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도착했을 때도 특별한 거부감 없이 입소를 하셨다. 심적으로 힘들어하시고, 가기 싫다 눈물이라도 흘리시면 어쩌나 했던 것들은 다 기우였다. 어쩌면 하루가 다르게 치매가 진행되어 현재 상황을 잘 인식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죄송한 마음이 컸다. 그래도 아직까지 아무 일 없이 잘 지내시는 게 매일 감사할 따름이다.


결혼하고 한 번도 시어머니가 없던 시간이 없었다. 한 7년 전 며칠 자리를 비우시는 시간은 있었지만, 온전히 우리 가족만 있는 시간은 요즘이 처음이다. 집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사람의 정신을 이렇게 자유롭게 하는 줄 몰랐다. 그동안 신데렐라처럼 식사시간만 되면 급하게 돌아와 식사를 챙겨야 했고, 외출해야 할 때는 식사준비를 다 해놓고 나가야 했다. 이제 외출도 들어가는 시간도 제한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외출하며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을 재촉하지 않아도 되고, 초조한 마음이 들지 않아도 됐다. 그런 것만으로 정신적으로 편안했다.


최근 삶은 빠르게 전과는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의 안부가 매일 궁금하지만, 이제 아프신 시어머니를 매일 눈으로 보고 느끼는 심적 고통은 줄었다.

아침에 일어나 눈감는 시간 동안 남편과 아이들 생각으로 꽉 채울 수 있다. 식사도 조금 더 간편하게 할 수 있고, 늘 뭔가에 화났던 마음도 조금씩 풀어지고, 무엇보다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은 운동을 시작했고, 이제 마음만 먹으면 다른 준비 없이 외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신데렐라에서 자유부인으로 변해가는 느낌이랄까...

며칠전, 딸아이가 "엄마가 요즘 화를 안내서 너무 좋아" 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었다. 그동안 대체 어떤 상태로 살았던 것일까?


어쩌면 처음부터 해방 일지의 답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어머니가 곁에 없으니 해방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여전히 잘 계시는지 걱정이 되어 살피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해방의 느낌은 어쩌면 영원히 이별을 할 때쯤이나 짐작이 될 수 있으려나...


해방 일지를 쓰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글로 풀어가며 미운 감정도, 심적 어려움도 많이 걷어 낼 수 있었다. 적어도 소중한 한 가지를 얻었다면 내 인생을 해방 일지를 쓰기 전과 후로의 나눌 수는 있을 것 같다. 처음 글쓴의도와 상관없이 글을 쓰기 전 나의 삶과 후의 삶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으니 말이다. 


오늘이 12년 만에 쓰는 며느리 해방 일지의 마지막글이 될까? 잠시 생각해 보지만, 아직 우리의 삶의 나날은 무수히 남았고, 인생의 끝은 누구도 알 수 없으니 쉬이 마지막이라고 는 하지 않아야겠다.


<12년 만에 쓰는 며느리 해방 일지 To be continued...>


<나의해방일지_사진, 대사 출처-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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