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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Lin Mar 25. 2024

2024 도쿄

나와 온전히 마주한 시간

동생과의 도쿄 여행 마지막 날, 각자 스케줄을 즐겨 보기로 하고! 차갑지만 기분 좋은 공기와 함께 홀로 15분 정도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내리쬐는 햇살과 말 그대로 평화로운 나무의 풍경들, 다른 생각 없이 열심히 뛰는 남자아이들, 지나가는 한 송이 민들레 같은 아줌마까지. 이렇게 평화로운 나라가 매일 지진이라니! 시원하고 상쾌하고 따스한 15분이었다. 


도쿄도 사진 미술관을 향해 가미야초역에서 지하철 탑승! 히비야선을 타고 에비스역에서 내릴 것.

교토와 오사카에서는 지하철 풍경이 우리나라와는 많이 달랐다. 나이 든 노인들이 얼굴을 쳐다보며 작게 크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도쿄는 메가시티라 그런가? 나름, 젊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쳐다보며 저마다의 표정으로 앉아있다. 


도쿄도 미술관을 향해 걸어가는 길은 에비수역 주변이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East Exit을 찾아 헤매며 강풍과 햇빛이 비추는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갔고, 살짝 땀이 난 채로 마주한 Blue Note Place! 

탐나는 아이스크림 집을 지나 도착한 도쿄도 사진 미술관! 해설도 사진도 그리 친절하진 않았지만, 나름의 뿌듯함이 있었고 함께 전시를 보러 온 노부부들이 눈에 가득 찬다.


그리고 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 찾은 초로리 라멘집! 현지 직장인들 사이에서 웨이팅을 하다가 들어갔다. 친절한 장년의 할머니들이 아주 친절하고 환하게 주문을 받아주셨고 '라멘과 교자 세트'를 시켰다. 그렇게 기다리던 중 옆자리에 중년층 일본 직장인들이 앉았는데 아무래도 나를 신기하게 생각하고 보는 것 같았다 ;) 언어가 통하지 않아 하는 이야기를 알 수 없고, 나와 마주치는 눈빛에 경계심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왠지 모르게 붉어지는 얼굴에 라멘과 교자, 그리고 연두부 반찬? 을 맛있게 꼭꼭 먹었다. 

다 먹고 든든하게 씩씩하게 나서려고 크레딧 카드를 내밀었는데 "cash only"....! 

큰일이었다, 난 현금이 없었다. 동생에게 현금을 다 주고 나온 홀여행이었기에 그야말로 멘붕. 


하지만 침착한 아주머니는 ”No cash"라는 나의 말에 영수증 있으니 다녀오라는 말을 해주셨다. (대충 그런 뜻으로 눈치코치 이해하고 번역기로 보여주니 맞았다) 서둘러 편의점으로 향했고 급한 마음에 10,000엔을 1,000엔으로 생각한 나는.. 40,000엔을 인출했다 :) 물 하나를 사고 잔돈을 바꾼 후 헐레벌떡 식당으로 향하는 길, 횡단보도가 바로 앞에 있을 줄 알았던 길은 오르막을 올라 건너야 했고, 그렇게 다시 아주머니와 마주했다.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하다는 번역기의 말과 표정으로 나의 마음을 표현했고, “다이조부”라는 말과 함께 평생 기억일 나만의 사건? 은 일단락 되었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열심히 운동한 나는 짧은 거리지만 체력을 아끼기 위해! 택시를 탔고, 고즈넉한 메구로강 벚꽃길과 마을 골목을 걸어 카페에 도착했다. 




크게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지금 이 글을 쓰기엔 충분하다. 

오는 길에 마주한 유일했던 한 그루 벚꽃 나무도, 이름 모를 '왠지' 향이 날 것만 같은 색을 뿜어내는 분홍의 꽃나무까지. 그 골목길의 공간이 주는 산뜻함과 또 그 속의 나는 너무나 아늑하고 육체로만 존재했다. 


혼자 여행이 조금은 편해지기도, 아직까지 낯설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오롯이 나로서 즐길 수 있는 시간들이 힘들지라도 나를 더 성장하고 꽉 차게 만들 거라는 확신이 생겼으니.


나 자신이 없는 나의 인생과 삶은 존재하기 힘들다. 나라는 주체로 온전히 내 시간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믿고, 나랑 친하고, 신랄한 대화가 필요하다. 

31살이자, 방황이 거의 끝나가는 시간을 앞두며 조금씩 알아가고 방법을 알 것 같은 요즘. 

철저히 나와의 시간을 찾아가야지!




                                                                                                   2024.3.22 임팩트 허브 도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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