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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만난 사람들

멘도롱하고 벤지롱 하고 촘말로 좋수다!

by 열흘살기 전문가



어느 나라든 어느 지역이든 시간이 지나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 여행이 추억된다.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면서도 될 수 있으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일부러 말도 붙이며 그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어울려보는 게 시간이 흘러도 기억 속에 남았다.



숙소는 호텔이 아닌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정보를 얻고 현지인과 밀접하게 교류해 보며 현지상황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숙소 다음으로 그 지역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은 시장이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흥정도 해보며 아이들도 그 분위기를 느끼고 흡수하기를 바랐다. 제주의 동문시장은 저녁에 야시장이 열리는 시장으로 유명하고 저녁 6시부터 9시까지가 피크라 저녁도 해결할 겸 나가보았다.






이 8번 게이트부터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이 길을 따라 음식 좌판이 열려 제주의 해산물로 조리한 다양한 음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싱싱한 딱새우, 고등어, 방어회에 딱새우튀김, 한치튀김, 오징어만두, 흑돼지도넛, 전복김밥, 떡갈비튀김, 버터문어 스테이크, 통게딱지 밥, 랍스터 마농구이, 감귤크리미,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생긴 떡에 딸기와 한라봉이 들어있는 디저트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줄줄 나오는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천국인데 맛있어 보이는 푸드트럭 앞에는 여행객들의 줄이 끝이 안 보이게 서있다.



좁은 골목에 사람들도 많고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달래며 얼른 줄 없는 곳에 가서 음식 두어 개 사고 숙소로 가려는데



"아이고~ 이쁜이들 엄마랑 여행 왔어요?" 하며 타코야끼 사장님께서 사양할 틈도 없이 하트 핀을 아이들 머리에 하나씩 찔러주신다.



기념품 샵을 지날 때마다 아이들이 갖고 싶어 했던 건데 이렇게 우연하게, 우연한 장소에서 아이들 머리 위로 뿅 하고 하트가 솟아올랐다.






"나도 딸이 둘인데 이젠 다 커버렸지. 아유 요럴 때가 있었는데~"하며 안아주시는데 사람을 좋아하고 반기는 정이 느껴졌다.



낯선 장소에서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뿅 하고 솟은 하트처럼 내 마음에도 하트가 만들어졌다. 환한 미소로 웃어주고 낯선 객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는 마음씨로 그 여행지는 기억된다.




그 사람이 있기에 그곳에 또 가고 싶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배고프고 다리 아픈데 갑자기 귀인에게 하트핀 하나씩 얻은 자매는 신이 나서 핀을 빼지 않았다.



다음날 제주공항에서부터 김포행 비행기 안에서까지 하트핀을 하고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리고 엄마의 만류에도 하트핀을 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가서 사랑을 퍼트렸다. 지금도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동문시장에 가면 꼭 하트핀언니를 다시 만나고 싶다.




멘도롱하고 벤지롱하고 촘말로 좋수다! 동문시장은 따뜻하고 깨끗하고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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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주는 변화





제주 열흘살기 여행 첫날.


함덕 해변 모래사장에 온 아이들은 모래놀이 하다 말고 손을 자꾸 털어내기 바빴다. 최대한 모래를 묻히지 않기 위해 엉덩이를 들고 손끝만 사용해 모래사장 위에 그림 그리는 걸 경험한다.

괜찮다고 숙소 가서 손 씻으면 된다고 해도 깔끔 떨기 바쁜 아이들.












불과 이틀 만에 이렇게 되었다.

얘들아 숙소에 가자~


숙소에 가자고!


대답 없는 함덕 해변에서 나의 목소리는 바람과 파도 소리에 묻혔다. 아이들은 이 날 모래놀이의 참 맛을 알게 되었다. 5월의 날씨인데도 제주 바람이 생각보다 차서 옷을 겹겹이 껴입히고 감기 걸릴까 봐 1시간만 놀고 들어가려 했는데 그렇게 기다리다 노을을 보았다.



자연에 흠뻑 동화되는 아이들을 보며 제주에 오길 잘했다. 이 아이들 키워내느라 고생한 나에게 셀프 칭찬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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