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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흘살기 전문가 Jan 08. 2025

내가 사랑하는 함덕에서

마음 치유 힐링 여행지 제주 함덕



내 마음이 힘들 때 떠오르는 곳, 나만의 여행지,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제주 함덕이 떠오릅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몸과 마음도 지치지만 자존감도 한없이 떨어지는 거 같아요. 20대의 패기와 열정은 당연히 사그라들겠지만,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난 할 수 있어! 보다는 내가 이제 할 수 있을까? 이런 내가 가능할까?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튀어나와요. 




안된다에 절반은 걸어놓고 나머지 50%로 가능여부를 유추해 보자니 패색 짙은 한숨이 푹푹 나오고 시도도 못해보고 생각만 한 채로 포기하는 게 나날이 늘어갑니다. '나이'와 '엄마'라는 굴레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나를 한없이 갉아먹고 있었어요.   




내 몸과 정신이 방전되어 어두운 생각에서 탈피해서 밝은 빛을 찾고 싶을 때 제주 함덕을 찾았어요. 터덜터덜 해변가를 걷다 보면 나오는 델문도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에메랄드 빛의 파도를 보고 있으니 참 쓸데없는 고민으로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는 거 같아요. 자연이 주는 힘일까요? 인간이 하는 걱정은 

자연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에요. 










함덕 해수욕장 투명한 바닷물 사이로 미역과 해초가 자라고 바닷속 모래바닥까지 여과 없이 비추는 바다를 보면서 나 자신을 투영하게 되었어요. 자신의 깊은 곳까지 온전하게 바라보게 되는 일은 드물잖아요. 맑디 맑은 함덕 바다를 바라보던 시선이 모래 바닥의 끝에 머무는데 내 마음의 바닥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남들 시선과 외부 자극을 벗어나 내 마음의 바닥까지 깊이 들여다보던 그 순간이 참 좋았어요.






첫째가 7살 일 때 찾은 함덕과 둘째가 7살 일 때 찾은 함덕은 고작 3년 만에 확 달라졌어요. 새로운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바닷가 앞, 정겨웠던 돌담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숙박객을 위한 건물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선 걸 보며 눈물이 나더라고요. 마음이 힘들 때마다 찾아 추억이 서려있던 오래된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니 허무함마저 들었습니다. 


 

 









그런 공간들 속에서도 함덕에 생겨 좋았던 것 하나.





바로 어린이작가 전이수 갤러리가 함덕에 생겼어요. 저희는 생긴 지 얼마안 될 때 방문했었죠. 제주에 살며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창작활동을 하는데 그동안의 글과 그림 작품들을 모아 갤러리를 연 겁니다. 이곳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함덕과 참 잘 어울린다고 느꼈어요. 제주에 오래 살았는데 콕 집어 함덕에 갤러리를 연 것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전이수 작가는 어린아이 답지 않게 글의 깊이감이 있고 세상을 보는 그만의 독특한 통찰력이 있어서 어른들도 아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내는 게 신통방통 합니다. 우리 집 큰 아이의 꿈도 작가인지라 작품 하나하나 세밀하게 관찰하더라고요.




옛것이 좋은데 그걸 모르고 온통 부수고 새로 짓는 판 한가운데에 생긴 전이수 어린이 작가 갤러리, 이젠 16살이라 청소년 작가라고 해야겠죠? 걸어가는 늑대들 갤러리가 변화하는 함덕의 중심을 잡아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함덕에 생긴 걸어가는 늑대들 갤러리를 방문했습니다. 

나는 어른이니까 엄마이니까 나의 시선 속에 생각 속에 어린아이를 자녀들을 대하게 되잖아요. 전이수의 글을 읽으며 내 아이가 보는 엄마, 어린아이가 보는 어른들의 모습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이의 시선에서 어른들의 모습을 관찰해서 쓴 글들에 깜짝 놀라게 되는 건 왜일까요? 





아이인지라 작품마다 엄마 이야기가 많이 나와 공감이 되고 반성도 되고. 


















이 작품 앞에서 저는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어요.

'아이에게 엄마란 이런 존재인데 나는 그 귀함을 모르고 있었구나."'



'육아가 지치고 힘들다고 때론 기분대로 행동하지 않았나.'



'아이는 엄마를 이렇게나 생각해 주는데 나는 아이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헤아려준 적이 있었나.'



반성하고 나를 되돌아보다 눈물이 차올라 펑펑 쏟아내니 아이들은 어리둥절.


큰 아이는 글을 다 읽더니 푹 안기며 나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오빠만큼 글로 표현이 안된다고.













아이는 부모에게, 부모는 아이에게 그렇게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가끔은 망각하고 샤우팅 할지언정 글귀를 보관하일 년에 한 번씩은 꺼내어보며 나 또한 아이에게 그런 존재로 남을 수 있는지 리마인드 해보려 합니다.





아이들이 파도에 쓸려 모래 위로 흘러나온 미역으로 만들어준 하트♡

 


야트막한 서우봉을 오르면 함덕 해변을 이렇게 내려다볼 수 있어요.















마음이 복잡하고 답답할 때 늘 함덕이 생각이 납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 바닷바람이 매서워 제주도로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요즘 부쩍 함덕에서 마음 힐링 하고 싶네요. 2016년에 전이수 어린이가 그리고 써서 언론에도 알려진 유명한 작품인데 데자뷰처럼 2024년에 또 보게 될 줄 정말 몰랐어요. 아 해가 바뀌어 2025년이네요. 마음 치유 힐링 여행지 필요하신 분은 제주 함덕 추천드립니다. 제가 사랑하는 아끼는 곳이랍니다. '◡'


 




덧_

1월 1일에 발행했어야 했는데 나라에 안타까운 일이 생기며 인터넷 열기가 힘들더라구요.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발행하겠습니다. 혹시 기다리셨던 분들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2025년 무탈하고 건강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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