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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일본 대지진 진짜일까?

여행객 입장에서 본 일본 대지진 예언과 증가하는 예보들

by 닐바나
한 만화가의 예언, 그리고 흔들리는 여행객의 마음


개인적으로 미스터리 소재들을 좋아하기에, 가끔 제 유튜브 알고리즘에 미스터리를 다루는 채널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올해 초부터 유독 한 가지의 주제가 자꾸 눈에 띄었는데요. 바로 일본의 만화가 타츠키 료(たつき諒)라는 만화가가 쓴 『내가 본 미래(私が見た未来)』라는 만화의 예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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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츠키 료의 내가 본 미래 표지(출처 : 출판사 飛鳥新社, 도토리), 초판에서 예언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그녀는 꿈속에서 본 장면들을 기록해 만화로 옮겼고, 그중 일부가 놀라운 현실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기 12년 전에 출간된 이 만화의 표지에 적힌 “2011년 3월, 대재앙”이라는 문장이었습니다. 당시엔 ‘우연’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22년 후인 2021년, 그녀는 완전판을 재출간하면서 또 하나의 강렬한 메시지를 세상에 공개합니다.


진짜 대재앙은 2025년 7월에 온다.


그녀는 이 메시지가 1999년 7월 5일, 자신이 꾼 예지몽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합니다. 꿈속에서 시계는 2025년 7월 5일 오전 4시 18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바닷물이 도시를 삼키는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하죠. 지진인지, 소행성 충돌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이 재앙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보다 더 큰 규모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저는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그저 도시 괴담처럼 여겼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정부가 실제로 ‘난카이 해구 대지진(Nankai Trough Earthquake)’에 대한 경고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선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 그때부터였을까요. 제가 7~8월에 일본을 가볼까 하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실제로 증가한 난카이 대지진 관련 예보 사례들


tempImagebXrtar.heic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예보 관련 이미지


그런데 놀랍게도, 타츠키 료의 만화가 다시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과 거의 비슷한 시기부터, 실제로 일본 정부와 지진 당국에서도 난카이 해구 대지진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잦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냥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내용을 하나씩 찾아보다 보니, 그 불안이 꽤 현실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먼저, 2024년 여름이었습니다.
일본 규슈 동쪽 바다, 히유가나다 해역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는데요. 이 지진 이후, 일본 기상청은 처음으로 ‘난카이 트로프 지진 가능성 경고’를 발령했습니다. 공식 명칭은 ‘메가쿼크 어드바이저리’였고, 이는 2019년에 도입된 시스템이 가동된 이래 최초의 발령이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조심해야 할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2025년 3월,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구 지진에 대한 최신 피해 예측을 발표합니다.
앞으로 30년 내 발생 확률이 무려 80%, 사망자 수는 최대 30만 명, 경제적 피해는 약 270조 엔. 숫자만 봐도 어느 정도 감이 오실 겁니다. 무언가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전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단순한 불안이라고 넘기기엔 꽤 구체적입니다. 특히 제가 눈여겨봤던 건, 이 발표가 타츠키 료의 ‘2025년 7월 예언’이 퍼지고 있는 시점과 절묘하게 겹쳤다는 점이었어요. 과학과 예언이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경고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현실로 나타나는 취소 행렬


예언과 과학이 뒤섞인 불안은 생각보다 빠르게 사람들의 선택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홍콩과 대만, 한국, 동남아 지역에서는 일본행 예약이 최대 83%까지 급감했고, 여행사들은 “지진 공포로 인한 취소 문의가 폭주 중”이라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본 미에현, 와카야마현, 시마 리조트 등 해안가 리조트 숙박 취소 사례도 수십 건 이상 보고되었고, 여행을 취소하면서 수수료까지 감수했다는 이용후기들이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이상 징후 없음”, “정상적 운영 중”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심리적 불안은 이미 행동을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이 예언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타츠키 료 역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저는 이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언이 현실이 될지 아닐지보다는, 사람들이 이 일을 계기로 재해와 안전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긍정적인 일 아닐까요 하고 담담히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렇게도 말합니다.


제 만화는 꿈에서 비롯된 것이며, 어디까지나 개인의 체험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판단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과학적 정보를 우선으로 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무리하며


실제로 일본의 여름은 한국보다 더 무덥고 습한 날씨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여름 시즌이 일본 여행의 비수기로 분류되곤 하지요.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최근의 예약 취소 행렬이 정말로 ‘지진 예언’이나 ‘예보’ 때문인지는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 있습니다.


예언은 현실이 아닐 수 있지만, 반복되는 경고와 점점 짙어지는 불안 앞에서, 우리는 ‘예언’과 ‘예보’를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지진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재난입니다. 그러나 그 불확실한 재난을 둘러싼 정보와 공포가 동시에 작동할 때,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의 결정을 흔들어 놓곤 하죠.


그렇게 보면, 타츠키 료의 만화는 단순한 허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은, 이번 여름을 앞둔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비추어진 불안이라는 거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번 여름, 일본 여행을 떠나시겠습니까?

‘과학적인 정보’만 믿고 일정을 강행하실지, 혹은 ‘불확실성’에 대한 본능적 회피로 다른 목적지를 택하실지 궁금합니다. 혹시 여러분 주변에도 이번 여름 여행을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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