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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 여행객이 반드시 중국에 가야 하는 이유 2편

수년간의 중국 여행으로 뽑아본 음식 추천 Top 5

by 닐바나

1편에서 생각보다 각 음식들의 기원, 의미 각종 정보들을 담다 보니 글을 쪼개게 되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제가 꼽은 중국 식도락 여행 추천음식 1,2위와 번외로 추천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1편은 하기 링크로 남겨 두었으니 못 읽으신 분들께서는 읽어주세요!


https://brunch.co.kr/@nirvana/38


2위. 카오위 (烤鱼, 구운 생선 찜)
칭다오 완샹청과 농어찜으로 유명한 루위

1~2년 전부터 중국을 소개하는 여행 유튜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도시인 칭다오가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죠. 바다도 가깝고, 물가도 한국보다 저렴하고, 음식도 입맛에 잘 맞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튜브 콘텐츠를 보다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맛집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칭다오 시내 완샹청(万象城) 몰 안에 있는 생선찜 전문점 ‘루위(炉鱼, Lúyú)’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유튜브 소개 영상으로 이 가게를 알게 되었고, 이후 직접 찾아가 먹어본 뒤부터는 중국 여행에서 꼭 다시 먹고 싶은 음식 Top 2 안에 드는 메뉴가 되어버렸습니다.


루위의 농어찜, 밥 한공기는 순삭이다

카오위(烤鱼)’는 직역하면 ‘구운 생선’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구운 생선 요리는 아닙니다. 숯불에 바삭하게 구운 생선을, 매콤한 양념 국물과 갖가지 채소와 함께 다시 끓여 먹는 독특한 방식이 바로 카오위의 매력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살이 양념에 푹 스며들어, 국물 요리와 구이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 메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천식 마라 베이스 외에도 토마토, 마늘, 버섯, 레몬 등 다양한 국물 옵션을 고를 수 있어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농어(鲈鱼) 베이스에 마늘향 국물 조합이 한국인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름짐이 거의 없고, 마늘향 덕분에 담백하면서도 풍미가 깊습니다.


이 음식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에서 생선 요리는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어에서 ‘생선(鱼, yú)’은 ‘남다, 여유 있다’는 뜻의 ‘余(yú)’와 발음이 같아, 매해 풍요롭기를 바란다(年年有余)’는 길상(吉祥)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한 마리 통째로 조리된 생선은 ‘일이 순조롭게 시작되고 끝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생선 요리는 잔칫상이나 접대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입니다. 그만큼 카오위는 단순히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 ‘당신을 귀하게 대접한다’는 마음이 담긴 음식이기도 합니다.

밍지카오위의 농어찜

흥미로운 점은, 중국에서는 루위(炉鱼) 외에도 카오위 전문 체인들이 아주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밍지카오위(鸣记脆皮烤鱼, Míngjì Cuìpí Kǎoyú), 반티엔야오 카오위(半天妖烤鱼, Bàntiānyāo Kǎoyú) 같은 브랜드들이 있으며, 중국 전역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반티엔야오 카오위는 최근 한국에도 매장을 급격히 늘려가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 대비 약 2만 원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현지에서 먹어야 더 합리적인 음식’이라는 인상을 더욱 강하게 남깁니다. 이런 점만 보아도, 카오위는 중국에서는 일상적인 외식 메뉴인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도 특별하고 값비싼 메뉴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현지에서는 보통 한 마리에 약 130위안 정도, 밥이나 사이드 메뉴 두세 가지를 곁들이면 4명이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 양도 넉넉합니다. 맛, 양, 구성까지 생각해 보면 가성비 하나만으로도 여행 중 꼭 한 번은 먹어볼 이유가 충분한 음식입니다.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요리라는 점, 그리고 구이와 찜, 탕의 매력을 동시에 지닌 독특한 구성이라는 점에서 카오위는 분명 중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식도락의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중국을 여행하신다면, 꼭 한 번 카오위를 주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생선 요리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1위. 베이징덕 (北京烤鸭, 베이징카오야)
일반적인 베이징덕 한상

중국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메뉴는 단연 베이징덕일 겁니다. 그만큼 이 요리는 중국을 대표하는 미식이자, 정치적 외교의 식탁에도 자주 오르는 상징적인 음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음식이 한국에서는 왠지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고급 중식당의 코스 중 하나로 등장하거나, 1마리에 1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판매되기도 하죠.


베이징덕은 보통 요리사가 테이블 옆에 와서 손질을 해준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전혀 다릅니다. 베이징 현지에서는 이 전설적인 오리 요리를 단돈 몇만 원에, 제대로 된 정통 방식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전취덕(全聚德), 비엔이팡(便宜坊) 같은 식당들조차도 1마리에 150~300위안 수준, 한화로는 3만~6만 원 정도면 풀코스로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제가 자주 방문하는 칭다오나 대련 지역에서는 한 마리에 100위안 내외, 즉 2만 원도 채 되지 않는 가격에 배부르게 즐길 수 있는 베이징덕 식당들이 많습니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로컬 식당일수록 맛도 깊고 가격도 부담 없습니다.


오리탕과 오리튀김

베이징덕의 조리 방식은 정교하고도 장엄합니다. 생오리를 속까지 깨끗하게 손질한 뒤, 장작을 이용한 벽돌 화덕에서 천천히 굽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껍질은 바삭하게, 속살은 촉촉하게 익히는 것이 핵심이며, 껍질은 얇게 저며낸 후 얇은 밀전병(빙, 饼)에 오이, 파, 달콤한 춘장과 함께 싸서 먹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보통 한 마리 오리로 세 가지 요리를 먹게 됩니다. 첫 번째는 바삭한 껍질, 두 번째는 슬라이스한 살코기, 마지막 세 번째는 오리 뼈로 끓인 탕 또는 튀김 중 선택 가능 합니다.


보통 주문을 하면 요리사가 나와서 오리를 눈 앞에서 손질하여 내어주며, 보통 대부분의 베이징 덕을 파는 매장 분위기가 고풍스러워 중국에서 베이징 덕을 드신다면 맛, 분위기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을 것 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경험이 300위안도 채 안 되는 가격에 가능하기에 저는 베이징덕을 중국 미식 여행의 절정이자, 필연적인 이유로 꼽고 싶습니다.


번외편, 위앤장 맥주


“양꼬치엔 칭다오!”


이 광고 문구 한 줄 덕분에 칭다오 맥주는 우리에게 꽤 익숙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중국 맥주 하면 으레 초록 병에 담긴 ‘칭다오’가 떠오르고, 쌉싸름하고 깔끔한 맛에 고기와도 잘 어울리는 맥주라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지요. 하지만 실제로 칭다오 현지에 가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칭다오 맥주’ 말고 업그레이드 되어 있는 칭다오 맥주가 존재합니다.

마트에서 구매 가능한 원장맥주

바로, 유통기한이 단 7일밖에 되지 않는 ‘원장맥주(原浆啤酒, 위앤장 피지우)’입니다. 살균 처리를 하지 않아 ‘살아있는’ 상태로 마시는 이 맥주는, 병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깊고 부드러운 풍미를 자랑합니다. 처음 마셨을 땐 솔직히 놀랐습니다. “같은 브랜드가 맞아?” 싶을 정도로 맛의 결이 다르니까요.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아, 이래서 현지에서 먹는 게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원장맥주는 칭다오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마트에서 판매하는 원장맥주는 ‘7일 유통기한’이 붙은 특수 용기형 제품입니다. 1L 병에 담겨져 있으며 현지 대형마트에서 1리터 기준 약 60위안(한화 약 12,0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 이는 칭다오 내에서는 가장 저렴한 가격대입니다. 한국에 와서 지인들과 같이 즐기시고 싶다면 마트에서 구매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그외에 칭다오 맥주박물관 내에서 파는 원장맥주는 1리터 68위안, 4병 단위로 판매하는데 총 272위안(약 54,400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장 비싼 곳은 칭다오 공항 면세점입니다.같은 4병 세트 기준 75위안 x 4 = 300위안(약 60,000원) 이어서 저는 절대 칭다오 면세점에서 사지 않습니다.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다면 꼭 시내 마트에서 구입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길거리 어디서나 다양한 칭다오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비닐형태는 지히철에 가지고 못탄다.

또 하나의 방식은, 생맥주 기계에서 바로 따라주는 진짜 ‘로컬 스타일’ 원장맥주입니다. 노점, 야시장, 로컬 식당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지만, 가장 추천드리고 싶은 장소는 단연 칭다오 맥주박물관 끝에 위치한 레스토랑입니다.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나오는 마지막 코스에 이 레스토랑이 있는데, 여기서 맛보는 원장맥주는 단순한 맛 그 이상입니다. 갓 뽑은 맥주를 바로 마시는 경험은 마치 양조장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을 줍니다. 부드럽고 묵직한 거품, 과일향과 곡물향이 조화롭게 퍼지며, ‘이게 진짜 맥주였구나’ 싶은 맛을 남깁니다. 물론 박물관을 가지 않고 이 레스토랑만 이용하셔도 무방합니다. 가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생맥주를 제조 공장에서 갓 뽑아서 먹을 수 있습니다.

칭다오 맥주 박물관에 가면 시식 및 원장맥주 외에 다양한 맥주를 사서 마실 수 있다.

이 글을 굳이 식도락 여행 시리즈의 번외편으로 따로 뺀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 원장맥주는 오로지 칭다오에서만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트에서든 노점에서든, 혹은 박물관 레스토랑에서든, 이건 단순히 ‘칭다오 맥주’가 아니라 ‘칭다오에서의 맥주’입니다. 한국에서는 절대 마실 수 없고, 칭다오에 직접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맛! 진짜 여행은,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맛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하며


최근 들어 마라탕, 훠궈를 비롯한 다양한 중국 음식들이 국내에도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 대중화 단계는 아니기 때문인지 가격이 꽤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저처럼 합리적인 가격에 현지의 진짜 맛을 즐기고 싶은 분들, 그리고 여행에서 맛집 탐방이 빠질 수 없는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중국 여행을 한 번 고려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진짜 미식은, 진짜 현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혹시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맛난 중국 음식을 추천해 주실 분들은 답글을 남겨주세요! 꼭 먹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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