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가장 맛있어지는 순간

3번째 만나는 뉴욕, 과거 그리고 지금을 기억하며

by 러닝뽀유

- 높아지는 금리, 높아지는 물가, 이럴 때 가장 후순위로 미뤄지는 것이 여행이다.


하면 좋지만 안 해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플러스알파가 여행이 아니던가. 하지만 누군가에겐 여행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기도 한다. 틈만 나면 만사 제쳐놓고 훌쩍 떠나는 역마 가족, 우리 부부에게 여행은 영혼의 밥, 소울푸드다. 여행을 생각하면 배고파도 배가 부르다.


돈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더욱 가치 있게 써야 한다. 영혼의 소울푸드인 여행, 한번 다녀와도 최소 세 번은 다녀온 것 같은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았다.


다음주면 뉴욕 여행을 떠난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에서 도시의 문명, 그리고 골목골목의 인간군상을 만나보고 싶어서 뉴욕을 선택했다. 갓 나온 커피의 향기를 맡듯 눈을 감고 뉴욕을 음미해본다.

맨해튼의 번화가, 2018

<한식 백신을 투여하라>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순 없고 얻는 것이 있으면 포기하는 것이 있는 게 인지상정이다. 치솟는 물가의 용광로, 뉴욕에서의 4일간의 의식주에 많은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 전에는 전후 최소 한 달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추석을 맞아 전기차로 가성비 있게 친정과 시댁을 원정 방문해 효도도 하고 트렁크 가득 추석 선물세트를 채워왔다. 배불러진 냉장고를 기지삼아 전원 외식 금지, 외출금지를 외치며 냉장고 파먹기에 돌입했다. 타국만리에선 코로나만큼 무서운 고질병이 한식 향수병이다. 여행 전엔 한식을 두둑이 먹어야 한다. 한식으로 투여하는 백신인 셈이다.

페리에서 즐기는 자유의 여신상, 2018

<여행지 속 나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보라>

비어있는 캘린더를 확인하는 찰나, 여행의 결심을 하는 찰나, 여행지를 선택하는 찰나, 이 모든 순간이 여행존에 입장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요리를 하면서 가을의 뉴욕에 울려 퍼질 음악을 들어본다. 지금은 센트럴파크를 걷기에 환상적인 시즌, 가을이다. 과일을 곁들인 달콤한 프렌치토스트와 카페라떼를 마시며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는다. 엇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뉴욕의 브런치카페 창가에 앉아있는 나를 상상한다.

상상으로 맛보는 뉴욕

상상은 11월 뉴욕의 겨울밤으로 나를 데려다준다. 3년 전 미국 동부 여행의 처음과 끝을 함께했던 도시가 뉴욕이었다. 건물만큼 높다란 크리스마스트리와 파도처럼 밀려다니는 인파의 온기는 추위마저 녹였다. 타임스퀘어에서는 한껏 치장을 하고 세 번째 데이트를 기다리는 여자가 서있다. 그 옆에는 사진을 찍을 때 슬그머니 나타나서는 팁을 요구하는 게 일과인 미키마우스의 떼가 몰려다닌다. 브로드웨이에는 공연 전 와인을 마시려는 관객들 사이로 세계 유수 기업들이 쏘아 올리는 디지털 광고와 뉴욕 증시 시황이 춤추며 날아다닌다.

브로드웨이, 2018

뉴욕의 낮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월스트리트에서 분주히 종종걸음 걷던 한 금융맨은 잠시 짬을 내어 카페에 들어간다. 커피 향기와 뉴요커들이 작은 카페를 가득 채운다. 20대 초반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곧장 귀국하지 않고, 캐리어를 들고 무작정 홀로 찾아간 뉴욕의 어느 로비가 떠오른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주소를 쓴 메모지와 지도 한 장에 의지해 겨우 물어 물어 찾아간 건물이었다. 뉴욕에는 비싼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일정 기간 집을 공유하는 숙박 형태인 서블렛이 흔하던 시절이었다. 서블렛 찾아왔다고 대놓고 말하는 여자애를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본 덩치 큰 흑인 관리인은 나를 내쫓았다. 차갑고 매정했던 뉴욕은 한참 뒤 남편 아이와 같이 온 나를 환영해주었다.

자유의여신상, 2018

다시 뉴욕 여행을 준비한다. 도서관에서 여행책 서가 앞에 섰다. 세계 각국의 여행 가이드북, 여행 에세이를 집어 드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뉴욕을 인문학의 관점에서 소개하는 책을 대출했다. 어린이도서관에서도 뉴욕을 검색해 8살 아이와 함께 찾아본다. 그림책 속 뉴욕을 보며 곧 방문하게 될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와 아이가 익숙한 친구가 되도록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신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린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어디를 반드시 찍고 가야 할지 전형적 관광코스는 아직 찾아보지 않았다. 대신 뉴욕 사람들이 즐겨 듣는 음악을 듣고 뉴욕 사진을 보며 설렘의 렌즈를 키웠다. 서로의 마음이 이끄는 뉴욕의 곳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렘으로 가득한 찰나, 마음껏 음미하고 즐겨본다. 그럼 여행하지 않고도 여행하는 셈이 된다. 소울푸드를 앞에 두고 웃음 짓는 그때가 어쩌면 음식이 가장 맛있어지는 순간이다.

록펠러센터의 크리스마스, 2018

[뉴욕을 그리는 음악들]

- Taylor Swift: “Welcome to New York”

- LCD Soundsystem: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

- Beastie Boys: “No Sleep Till Brooklyn”

- The Strokes: “New York City Cops”

- St. Vincent: “New York”

- Nas: “N.Y. State of Mind”

- Sharon Van Etten: “Seventeen”

- The Pogues: “Fairytale of New York”

- The Ramones: “Rockaway Beach”

- Interpol: “NYC”

- Leonard Cohen: “Chelsea Hotel #2”

- Bobby Womack: “Across 110th Street”

- Jay-Z feat. Alicia Keys: “Empire State of Mind”

- Frank Sinatra: “New York, New York”

- The Velvet Underground: “I’m Waiting For The Man”

- Billie Holiday: “Autumn in New York”

- Harry Nilsson: “I Guess the Lord Must Be in New York City”

- Purple Mountains: “Snow Is Falling In Manhattan”

- Joni Mitchell: “Chelsea Morning”

- Boogie Down Productions: “South Bronx”

- Jim Croce: “New York’s Not My Home”

- Le Tigre: “My My Metrocard”

- Leonard Cohen: “First We Take Manhattan”

- The Gotobeds: “New York’s Alright (If You Like Sex & Phones)”

- Billy Joel: “New York State of Mind”


본 포스팅 사진은 2018년 11월 뉴욕에서 직접 남편이 촬영한 사진과 2022년 9월 뉴욕행을 기다리며 작성한 아내의 글로 구성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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