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여행을 고민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 바로 지금
발길 닿는대로 여행하다보니, 미국을 자주 가고 있다. 서부 한달반, 동부 한달반을 3인 가족으로 여행했고, 하와이만 세 번째, 콜로라도 여행까지! 미국 지도를 빨간색 깃발로 가득 채우는 기분이 짜릿하다.
올해 7월에는 하와이만 2번 갔다. 보름만에 하와이에 다시 들어갔을 때 하와이 입국 영사관이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런 말을 남기고 우리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See you in two weeks!"
미국을 꽤 자주 방문하다보니, 이제는 영사관과 농담을 주고 받을 경지에 이르렀다. 7월 첫번째로 하와이에 들어갔을 때, 영사관은 하와이에 몇번째 오느냐고 물었고, 우리는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10년 전에 허니문 트립으로 왔으니, 올해 10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며 아들과 같이 왔다며 우리 앞에 쏜살같이 지나간 세월을 파노라마처럼 남편과 같이 훑었다. 영사관도 아이들을 힐끗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웃음지어보였다.
여행을 가다보니 미국을 특히 자주 가는데, 생각해보니 나름의 합리화가 가능하다.
첫째,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에 안전하다.
둘째, 대자연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셋째,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나라, 인류의 문명 속에 세계 언어/문화/인종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넷째, 우리 부부 둘다 미국에서 소싯적 공부했기에, 그냥 미국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섯째, 가다보니 못간 곳이 있고, 가본 곳은 더 좋아 다시 가게 된다.
9월, 우리 가족에게 6일간의 휴가가 생겼다. 이렇게 긴 휴가는 잘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럴 때일수록 여행은 멀리 떠나야 맛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본을 다시 펼쳤다. 구글 어스를 켜면 지구본이 빙그르 돌며 눈 앞에 펼쳐지는데, 그 기분은 아마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이 지구를 볼 때 이런 느낌이겠지 할 정도로 짜릿하다.
이번 6일간의 해외여행, 조건이 있었다.
하나. 직장 문제로 갑자기 돌아와야 할 수 있으니, 한국-여행지와 매일 항공편이 있을 것
둘. 아이와 함께 떠나니, 안전이 확보된 곳(코로나/병원)
셋. 마음이 이끄는 곳 -> 그 무엇보다 중요한 여행의 동기는 이것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후보지는 다섯 군데로 압축되었다.
하와이 - 장점) 8시간의 비행거리, 미국 본토보다는 가까운 거리, 아름다운 자연/ 단점) 비싼 호텔비-하룻밤에 최소 50만원, 비싼 물가, 7월에만 2번 갔기에 큰 설렘이 없다. 지상낙원이라는 하와이가 익숙하다는 것은 감사함과 동시에 끝판왕을 너무 일찍 깨뜨린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괌 - 장점) 5시간의 비행거리, 아이에게 큰 무리가 되지 않는 비행거리가 특장점, 상대적으로 저렴한 호텔비, 물가/ 단점) 바닷가 외에 크게 할 것은 없다. 가본 적이 있어서 큰 설렘은 없다.
뉴질랜드/호주 - 장점)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백미이다.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티없이 오염되지 않는 지구의 청정구역이라 할만하다. 어떤 곳은 사람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황망한 우주같이 느껴지기도 했으니까/ 단점) 매일 오가는 비행편이 없다
LA - 장점) 비행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편(11시간) 8살 아들, 2살 아들이 좋아할 것 같은 디즈니랜드, LA 근처에는 자연/문명 적절한 조화가 있어서 여행하기 더 없이 좋은 환경,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호텔비/ 단점) 관광지간의 거리가 있어서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 애정하는 관광지들이 별천지처럼 있다/ 단점) 옛 시절 각자 20대 초반 잠시 살았던 곳으로, 너무 익숙해서 큰 설렘은 없다.
뉴욕 - 장점) 미국이 샐러드볼/멜팅팟(다양한 인종/문화의 용광로라는 뜻)이라는 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뉴욕시티, 맨해튼은 아무리 많이 가더라도 설렘 그 자체이다. 9월의 뉴욕은 버버리코트를 걸치고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남편과 함께 손잡고 센트럴파크를 걷고 싶다/ 단점) 비행시간이 매우 긴 편(14시간), 치솟는 뉴욕 물가로 인해 호텔/식사/교통 모든 것이 너무 부담스럽다.
결국 우리는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LA/뉴욕에 대해 생각해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비용은 어디를 가더라도 하기 나름인 것 같고, 결국에는 어디가 더 끌리냐 하는 것에 따라 결정될 문제!
아이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디즈니랜드가 있는 LA, 어른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다양하게 구경할 거리가 오목조목 많은 뉴욕이다.
첫째를 학교에 보내고 남편과 함께 거실 영화관에서 유튜브로 여러 영상을 보면서 어디가 더 가고 싶은지 감사한 고민을 나눴다. 3주 후에 우리가 어디에 있게 될지,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어떤 신비롭고도 감사한 경험을 할지, 설렘으로 우리는 여행을 또 기다린다.
어디를 갈지 고민해보는 순간이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시작이다. 문득 비밀의 보물상자를 열어보는 것처럼 설레임이 스물스물 새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