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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닝뽀유 Nov 25. 2022

대한민국 사교육, 이유가 있더라!


남편과 연애 시절 저는 이런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가르치는게 내 일인데, 내 아이 하나 못가르치겠어?

우리나라는 사교육비가 정말 문제야. 나는 사교육비 하나는 정말 줄일 자신 있다."


이 말을 한 10년 이후 저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됩니다. 사교육비 줄이는 일 어느 정도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초등 입학하고 나니, 사교육을 왜 하는지 슬슬 이해가 되더라구요.

제가 분석해본, 사교육의 이유는 이렇습니다.


1.내가 가르칠 수 없는 분야(음악, 미술, 체육 등)이 존재한다.

문해력만 충분히 다져도 초등학교에서 꼭 필요한 부분,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 밑천으로 활용할 부분은 충분히 커버가 됩니다. 문해력의 기초를 쌓으려면 충분하고 의미있는 독서 경험이 필요하죠. 이런 부분은 사교육에 큰 의지하지 않고도 가능한 영역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는 사실! 초등 저학년 때는 예체능 학원을 많은 아이들이 다닙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예체능 학원을 보내는 이유는 아이에게 삶을 즐기는 도구를 선물해주고 싶어서입니다. 심미적 감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선물이잖아요. 그런데 학년이 갈수록 아이들은 예체능을 배울 여유를 갖지 못하고, 교과 영역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서 초등 저학년 때라도 마음껏 세상의 문화를 즐기게 하고 싶어서 예체능 학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2. 친구와 함께 더 잘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집에서 혼자, 또는 엄마아빠와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있습니다. 독서는 책으로, 수학은 문제집으로, 영어는 엄마표영어로 가능할 수 있죠. 하지만 또래, 같은 수준의 친구와 함께 더 잘 배울 수 있는 영역도 있게 마련이더라구요. 축구는 팀원이 필요하고, 줄넘기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뛰는 친구가 있으면 더 빨리 스킬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영재적 능력이 다분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마이웨이로 열심히 달리는 친구는 물론 어떤 환경에서도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그렇지 않고, 환경에 영향에 따라 많이 좌우됩니다. 친구사귀러 학원에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원은 사교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3. 바쁜 엄마아빠를 대신해 아이를 보육/교육할 공간이 필요하다.

요즘 엄마 아빠는 예전보다 오히려 더 바쁜 것 같아요. 전업맘이라도 다른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육아에만 전념하는 경우는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N잡러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하루를 꽉 채워서 활동하는 엄마, 아빠! 그래서 자녀교육에 올인해서 챙겨줄 여유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생각보다 일찍 마칩니다. 방과후를 하지 않으면 초1은 오후 1시를 전후해 하교하게 되고, 방과후를 해서 아무리 늦게 오더라도 3시 정도에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엄마, 아빠가 퇴근하기 전까지 교육해줄 수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그 빈 부분을 어쩔 수 없이 학원이 채우게 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저는 초1 시기에 예체능 사교육을 시키게 되었습니다. 음악/미술/체육을 가르치고나서 저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매일 피아노를 치면서 음악을 즐기는 모습          
            그림을 그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모습          
            줄넘기, 축구를 하면서 밥도 많이 먹고 친구들과 팀플레이 역량을 키우는 모습          


초등 입학 전에는 다른 교육을 하더라도 눈에 띄게 실력이 올라가는 것을 보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초등1학년이 되니 뭘 하더라도 금방 금방 배우니 훨씬 속도가 붙는 느낌입니다. 본인도 스스로를 단련하면서 능력치가 키워지는 걸 보면서 기뻐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교육비가 든다. 

특히 악기교육의 경우에는 레슨비가 많이 들기도 하고, 음/미/체 사교육을 시키다보면 오히려 주지교과보다 교육비가 훨씬 많이 들기도 합니다. 뭐든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면 좋겠지만, 교육에도 가성비가 있으니까요. 예체능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만큼, 기본 교과는 스스로 공부, 엄마와의 공부를 통해 내실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체력적으로 피곤하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보다 더 많은 것을 합니다. 첫째만 해도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과가 빡빡합니다.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기 힘든 것이, 게을러서라기보다는 전날 체력적으로 소진을 많이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놀 시간이 부족하다. 

초등학교까지는 공상도 하고, 멍때리기도 하고 스스로 사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무 것도 안하는 것 같아도 놀이를 통해 가장 잘 배우는 시기가 유,초등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학교, 방과후학교, 예체능수업까지 마치고 집에 오면 이미 시간이 늦습니다. 씻고 저녁 먹고 나면 금새 잠들 시간이 되죠.



대한민국의 교육을 공교육과 사교육으로 나누면서 프레임을 비난하는 것은 얻을 것이 없는 논쟁입니다. 대신 저는 두가지의 장점을 충분히 분석해보고,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선택은 엄마와 아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유니까요.

1. 초 저학년 때는 예체능 사교육으로 인생을 다채롭게 즐기는 방법을 익힌다.
2. 학교 마치면 집에 와서 엄마품에서 먹고 싶은 간식도 먹고, 멍 때릴 여유를 준다.
3. 일주일에 적어도 1~2번은 도서관/서점 데이트를 하면서 책과 가까이 한다.
4. 루틴을 정해서 꼭 필요한 학습은 해나간다.
5. 잔소리하는 엄마가 아닌, 휴식처럼 쉬어가는 나무로서의 엄마가 된다.
6. 육아서/육아,교육 영상을 보면서 육아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감사하는 마음, 아이의 심리, 세상 살아가는 철학을 다진다.
7. 충분한 여행을 통해서 학교 밖 세상에 많은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8.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에 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9. 아이의 노력과 성장을 칭찬하고, 좋은 말을 많이 들려준다. 
10. 사랑 받고 있음을 순간 순간 느끼도록 해준다. 

아이가 가장 예쁜 시기, 부모의 젊음이 빛나는 찰나의 순간을 저는 기록합니다. 그러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글에 큰 치유의 힘이 있더라구요. 


그럼 오늘도 브런치 이웃님들, 행복한 하루 되시고 저는 다음 글로 만나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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