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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닝뽀유 Mar 31. 2023

엄마의 입모양을 관찰하는 끈기

육아를 통해 배운다는 것

아기들의 언어 습득 능력은 탁월하다. 스펀지처럼 언어를 습득하는 아기의 능력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지속된다면 어떨까? 그럼 영어울렁증과 같이 어른들이 제2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받는 스트레스가 0에 가까워질 것이다. 


세계적인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언어습득장치(LAD)에 대해 주장했다. 촘스키에 따르면 유아에게는 언어를 습득하고 발화할 수 있게 하는 타고난 내적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학설이며,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학설은 우리의 삶 속에서 쉽게 증명된다. 일상을 살다보면 입이 떡 벌어질만큼 빨리 배우는 어린이들을 보며 그들에겐 뭔가 본능적인 것이 있음을 직감하는 순간을 자주 직면한다.


The Language Acquisition Device (LAD) is a claim from language acquisition research proposed by Noam Chomsky in the 1960s.[1] The LAD concept is a purported instinctive mental capacity which enables an infant to acquire and produce language. It is a component of the nativist theory of language. This theory asserts that humans are born with the instinct or "innate facility" for acquiring language. -노암촘스키의 언어습득장치이론(위키피디아 영문판 발췌)


그래서 어른들은 "넌 말 참 빨리 배워서 좋겠다" 하며 부러워하곤한다. 우리집 만2세 남자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늘고 있다. 어제 못했던 말을 오늘 불현듯 내뱉기도 하고,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말 대잔치를 벌인다. 만1세에 미국을 다녀온 아이는 신기하게도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구별했다. 영어만 들려주면 "노(No)"라고 대답했다. 묻는 말이건, 혼자말이건 영어만 들으면 "농" 하고 장난을 치는 모습에 우리 가족은 무조건반사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건 내가 1번으로 입력한 한국어는 아니야", "뜻은 잘 몰라도 그 언어에는 '노'라는 말이 있어"라며 아기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대견하다를 넘어 부럽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듣기만 해도 학습이 아니라, 습득이 된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시기인가 하면서 말이다.


그 무렵 나는 늘 안고 사는 휴대폰을 이따금씩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기의 모습을 관찰했다. 한 사람의 눈부신 성장을 부모로서 지켜볼 수 있는 것, 인간이기에 가능한 축복임이 틀림없다. 나는 아기의 눈, 코, 입, 손놀림, 발가락, 숨소리까지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만 2세가 지난 어느날, 목욕을 시켜주며 말을 걸었는데 아기의 눈망울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나의 입모양이었다. "어떤 말을 어떤 표정으로, 입은 어떻게 움직이며 혀는 어디로 향하는지 내가 반드시 지켜보고 꼭 마스터 하고야 말겠어"하는 눈빛으로 내 입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떨어지는 샤워 물소리 너머로 나의 목소리는 산소 입자처럼 아이에게 울려퍼졌다.


그렇게 아기는 배우고 있었다. 아니, 외계어나 다름없던 뭔가를 내것으로 소화해내고 있었다. 온 세상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듣고 온 힘을 다해 배우고자 노력한다. 사람들의 따뜻한 눈빛과 격려 속에서 아이는 매일 배우고 매일 시도한다. 틀려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도 참 존경스럽다. 


말 배우는 아기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정답이든 아니든 전혀 의식하지 않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모습, 정정을 해주면 기분 나빠하지 않고 고스란히 다름을 받아들이려는 모습,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나만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모습


아기는 결코 쉬지 않는다. 아기는 세상의 수많은 자극을 받아들이느라 하루가 분주하다. 그래서 땀을 흘리며 쌔근쌔근 깊은 잠을 자나보다. 분주한 아기를 보며, 나는 비로소 끄덕인다. 노력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오늘은 아기가 '~할거야!'라는 표현을 새롭게 시도했다. 또 '바짝 반짝 작은 벌~' 노래를 수십번 부르다가 잠드는 순간까지도 가사를 되뇌었다. 그 성실하고 꾸준한 노력을 보며 나는 얼마나 주어진 오늘 하루를 살았는가 돌이켜본다. 우리 모두는 어릴 때 끈기와 열정을 다해 모국어를 습득했던 해냄의 기억이 있다. 해낼 때까지 최선을 다한 경험이 있는 우리들이기에, 내일도 그 옛 시절만큼 젖먹던 힘을 다해 축복같은 하루를 잘 살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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