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남기는 오늘
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겪으며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게 되었고,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집에서 무기력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2주에 한 번 병원에 가고, 일주일에 한 번 상담 치료를 받는 것이 내가 밖에 나가는 전부였다.
집에만 있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서워졌고, 가족들조차 피하게 되었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잠깐만이라도 산책 나가보자.”
처음에는 집 앞 5분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늘려 나갔다.
그러면서 하루에 먹던 우울증과 공황장애 약의 양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 모든 변화가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무척이나 길고 어두운 시간이었고, 전에 썼던 『회사가 무서워요』에서 다뤘듯 내 우울증은 매우 심했다. 그래서 극복도 쉽지 않았다.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남편의 꾸준한 다정함이었다.
집 안에만 있던 나에게 질책 대신 기다림을 건넸고, 계속해서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고 조용히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 손을 잡고 나는 다시 짧은 산책을 시작했고, 약과 상담 치료, 그리고 작은 걸음들을 통해 조금씩 회복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내가 조금씩 회복해 나가다 보니 어느새 우리 부부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해 보자는 같은 마음에 닿게 되었다.
나에게 ‘임신’이라는 목표가 생기자 더 건강해지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생겼다. 매일 한 시간 이상 산책을 했고, 약의 양도 많이 줄었으며 공황장애는 결국 완전히 극복하게 되었다.
아프기만 했던 시간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해 몸과 마음을 하나씩 회복해 나가던 시간이었다.
우리에게는 한 번의 유산이라는 아픔도 있었다. 기대했던 마음이 무너지고, 조용히 감당해야 했던 시간이 지나간 뒤 이번에는 쌍둥이 임신이라는 기적 같은 선물이 찾아왔다.
기쁘면서도 동시에 또다시 이 아이들을 잃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매일같이 따라다녔다. 그래서 나는 그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뱃속에 있을 때 불리던 태명 ‘주주들’에서부터 태어난 후 지금의 ‘도도둥이’가 되기까지, 그 모든 시간을 글로 남기며 내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지켜내고 싶다는 마음과 스스로를 다독이고 붙잡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기록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새 이 글은 나를 위한 글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과 앞으로 살아가며 간직했으면 하는 이야기들, 언젠가 꼭 전해주고 싶은 마음들을 담아두는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