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에 다시 본 영화 <해리포터>

헤르미온느는 무슨, 후플푸프 학생3 정도도 감지덕지

by 다정인

연말이 되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보고 싶었다. 아무리 유행하는 드라마나 영화라 해도 내 취향이 아니다 싶으면 보지 않는다. 정말 볼 게 없으면 좋아했던 걸 티백 우려내듯 두 번 세 번 다시 보고 좋아하는 마음을 더 키운다. 취향이라는 게 뭔지. 이게 너무 뚜렷해서 이토록 혼자서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점심시간 직장 동료들과 대화에서 퇴근 후 지난날 뭘 봤는지 공유하는 대화에는 늘 그렇듯 끼이지 못하게 하는 나의 뚜렷한 취향. 그래도 콜라보다, 맥주보다 두 번 세 번 우려내먹은 얼그레이가 좋다.(콜라, 맥주는 내 기준 싫어하는 음료, 그러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얼그레이는 내가 좋아하는 음료)


올해는 해리포터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다시 보고 싶었다. 퇴근 후 크리스마스이브 저녁부터 시작하면 새해가 되기 전까지 충분히 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봐야 할 영화가 8편이나 있다는 게 부자가 된 것 같이 마음이 넉넉해진 기분이었다. 기숙사를 배정해 주는 모자가 씌워진다면? 난 어디로 가게 될까. 의심 없이 그리핀도르였고 삼총사 중 여자였던 헤르미온느의 입장에서 영화를 봤다. 그런데 35살에 나는 더 이상 헤르미온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뛰어나게 공부를 잘하지도 노력하지도 않았던 학생. 악과 맞서 싸울 만큼의 용기가 있는 학생도 아니었다. 다수의 학생들 속에서 튀지 않는 그런 학생. 관심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주목받으면 얼굴이 시뻘게지는 여자아이. 헤르미온느랑 겹쳐지는 게 하나도 없다.


해리포터 20주년 기념으로 스타벅스에서 기념굿즈들을 내놨는데 그중 하나가 기숙사별 텀블러였다. 네 개중 어떤 걸 살까. 사겠다는 건 아니지만 일단 골라본다. 영화에서 노출이 많이 되지 않았지만 세드릭 디고리가 있었던 후플푸프 컵을 사야 할 것 같았다. 존재감이 크진 않지만 분명 호그와트에 존재하는 기숙사.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가르치겠다는 게 후플푸프 기숙사 창립자의 이념. 이 정도면 나 같은 보통 중간 사람도 마음만 있다면 받아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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