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몸무게 찍고 멘탈붕괴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기니까 뱃살이 나오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뱃살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나. 몸으로 먹고사는 것도 아닌데 날씬해서 뭐 하나, 말라서 뭐 하나 싶다가도 20대와 다른 내 몸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6개월 동안 3kg이 쪘다. 처음 보는 체중계의 숫자가 나를 당혹스럽게 하고 우울하게 했다.
처음인 다시 20대 때의 몸무게로 돌아가고 싶어서 먹는 양부터 줄였다. 한 끼에 딱 1인분만 먹기. 쉐이크 한 포만 먹기. 그릭요거트에 그래놀라 1인분만 먹기. 결과는 처참했다. 기분은 기분대로 안 좋은데 폭식까지 하게 됐다.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다음날이면 살이 쏙 빠져있었던 몸이었는데 이젠 참아도, 안 먹어도 인생 몸무게를 찍고 있으니 억울했다. 35살이 이렇게 억울한 나이었나. 내 몸이 아픈 게 분명했다. 검색창에 나의 증상을 샅샅이 검색해 봤다. 병명이라도 찾아야 납득이 될 거 같아서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몸이 아닌 마음이 아팠던 거 같다.
사회생활은 아무리 해도 익숙하지가 않다. 퀘스트 하나를 깨면 다음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매뉴얼을 만들고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대로 업무를 처리해도 회사는 늘 갑작스럽게 일정을 틀고 매번 당장에 깨야할 급한 퀘스트를 준다. 그날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예상할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으로 달리던 업무에 급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당장에 멈추고 급한 일부터 해야 한다. 집중력과 체력을 짜내기 위해서 카페인과 당은 나에게 영양제였다.
살이 찐 건 이상하지도 갑작스럽지도 않은 어쩌면 너무 당연했다. 오히려 내 몸이 정상이라는 증거였다. 그렇게나 스트레스를 받고 먹었는데 살이 찌지 않는 게 이상한 게 아닐까. 그러나 현재 모습을 인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진도 찍지 않을 만큼 보잘것없는 현재의 모습 말이다.
문제가 생기면 문제의 근본에 가까운 것에 닿고 싶어 한다. 식단이 아닌 마음부터 관리에 들어갔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마음의 양식을 원 없이 먹어치우고 고여있던 말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30분 정도는 독서를 하고 좋았던 구절을 필사하고 느낀 점을 정리했다. 스트레스받는 원인은 바꿀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어지럽혀진 마음을 정돈했다.
흔히 알려진 다이어트 식품은 끊었다. 단백질 쉐이크나 그래놀라, 요거트는 더 이상 사지 않았다. 대신 좋아하는 통밀스콘, 두유, 콜드브루, 고소한 두부, 목 막 할 거 같은 밤고구마, 현미는 아주 조금 들어간 흰쌀밥, 미역줄기볶음, 할머니표 무말랭이, 엄마가 종종 채워놓고 가는 한우처럼 좋아하는 것만 먹기 시작했다. 케이크도 빵도 먹고 싶으면 먹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좋아했던 단 맛들이 더 이상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혀가 아릴만큼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주 2회 정도는 필라테스를 하고 자기 전 반신욕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는 걸 좋아했는데 경험상 지속하기 위해서는 돈을 쓰는 거 만큼 효과적인 건 없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듣고 있다. 매 시간마다 악 소리나게 땀을 뚝뚝 흘리며 수업에 열중한다. 체지방과 근육을 딱 1kg씩 교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설탕중독>이라는 책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내 몸과 마음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도와줬다면 이젠 내 몸과 마음을 내가 도와야 한다는 그런 문장이었다. 스트레스 푸는 법도 몰라 살이 틀만큼 먹어치웠는데 큰 탈 없이 버텨줘서 고마운 내 몸. 직장생활 하나도 벅찬데 꿈까지 있어 공모전에 아트페어까지 하겠다며 몸을 혹사시켰던 지난날들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늘 힘을 내줘서 고마워. 앞으로는 내가 도와줄게.
이젠 내가 몸을 돌볼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