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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독서 Mar 05. 2024

23.그림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이를 읽는 것

<사이에서_그림책 읽기>_김장성


그림책은 ‘사이’의 예술이다. 글과  그림 사이, 장면과 장면 사이, 관념과 표현 사이, 내용과 형식 사이, 어른과 아이 사이, 상상과 현실 사이…. 그림책은 그 사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는 일은 사이를 읽는 일이다.
(p.10)   


 0세에서 100세까지 모든 연령이 읽을  있는 분야의 책이 있습니다.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은 담긴 글이 짧고, 말하는 것처럼 쉽게 쓰였거나 아예 글이 없는 경우도 있어 연령과 성별, 경험의 정도, 지식의 여부와 상관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쉽게 쓰인 글은 아닙니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글 위주인 책과는 다른, 읽는 맛이  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그림이 있어서 그럴까요? 그림과 글이 함께 있는 또 다른 분야 ‘만화’와도 분명, 매우 다릅니다.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장면을 이해하는 것에 기여한다는 데 있지만 간혹 글과 그림이 전혀 상관없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팻 허친스의 <로지의 산책>(2020, 봄볕)이나 고정순의 <가드를 올리고>(2017, 만만한책방)의 경우, 글과 그림을 따로 읽는다면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림책은 판형이나 색, 제목의 글자라든가 모양, 면지 등과 같은 외형적인 구성요소 역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그림책 읽기 과정을 독서의 전단계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일정 연령 이후부터는 그림책 읽기를 ‘유치하다’고 지양하기다. 단지, 글에 미숙한 독자가 읽는 기초적이고 단순한 이야기책이라고 하기에 그림책은 읽는 독자마다 와닿는 정서와 서사가 다양합니다. 글로 이루어진 문장을 읽으며 장면을 상상하거나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림책은 그림과 함께 또는 그림만으로 독자가 생각하지 못한 장면 이상을 상상하게 합니다. 간혹 독자 중에는 그림책을 읽으며 심리,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는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거나 표출하며 해소하는 경험을 통해 다른 입장을 이해하기도 합니다. 또는 읽은 그림책을 소재로 다양한 표현 활동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그림책은 누가, 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매우 매력적인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문해력 향상이나 정서, 심리적 치료 또는 글을 쉽게 읽기 위한 도구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김장성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그림책은 문학의 한 분야로 구분되기보다는 독자적인 예술 분야로 읽혀야 한다는 생각합니다. 그림책은 그림과 글, 또는 그림만으로 완성됩니다. 단숨에 기도 가능하지만  장면만으로도 깊이 읽을 수 있습니다. 예술 작품을 보고 개개인마다 느낀 감정과 해석이 다양하듯이 그림책 또한 그러합니다. 독자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그림책을 통해 변화하고 깊어지기도 합니다. 시각적인 매체가 함께 함으로 독자의 경험과 인식의 정도, 심리적인 상황에 따라 해석의 내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책 읽기를 어떤 목적을 위해 활용할 수 있지만 그것만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니다.     


 글자의 등장과 함께 인류 문화는 급성장했습니다. 글자 이전에 그림으로 소통하기도 했지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글자의 등장은 인간의 역사를 명확하고 촘촘하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림과 글이 함께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통의 역할을 맡고 있는 다양한 매체들은 글자와 함께 그림(이미지)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확한 것뿐 아니라 다양하고 풍부한 표현력이 중요해졌고 관찰하고 공감하는 것에 관심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집중하고 몰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림책은 그런 과정을 쉽게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의미와 의도를 읽어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적용하고, 새로운 것을 깨닫고 이해하며, 확장하는 독서의 경험이야말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사이에서_그림책 읽기>(2022, 이야기꽃)의 저자 김장성은 그림책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  생각하고 돌아보아야 할 이야기들을 읽어냅니다. 어떤 세상을 꿈꿔야 하는지 풀어놓고 습니다. 필자는 그림책뿐 아니라, 모든 글로 쓰인 책들은 사회가 바라보는 방향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 쓰인 책은 그 시선이 글자를 좇아가기 바쁘지만, 그림책은 그림이 있음으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머물면서 생각하는 경험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을 읽는 것의 의미가 궁금한 독자에게 김장성의 <사이에서_그림책 읽기>를 추천합니다. 선배 독서가의 글을 통해 어떤 질문을 하고 생각할 수 있는지 경험하는 인상 깊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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