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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호 Mar 20. 2024

자녀는 나와 가장 가까운 평생 친구

 “자녀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평생의 친구를 얻게 되는 것이요, 당신이 속해 있고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람을 갖게 되는 일이다. 마음속에 자녀와의 우정(?)을 지키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위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라. 지금 하려는 행동이나 하고자 하는 말이 우리의 우정을 견고하게 할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정신과 의사이자 현실치료 창시자인 윌리엄 글라서William Glasser의 말입니다. 자녀는 친구입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왔고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며,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할 가장 가까운 친구입니다. 자녀에게 준사랑만큼 누군가에게 사랑을 쏟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자녀는 부모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아낌없이 자녀에게 주었으니 자녀는 부모에게 가장 큰 사랑의 존재인 것이 분명합니다.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많은 사랑을 준 자녀와 나쁜 관계를 맺는 것은 어리석어도 한참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동이고 그동안의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못난 행동이지요. 먼저 경험했고 좀 더 많이 알고 있는 인생의 선배라면, 인내심을 가지고 미소 지으면서 인도하고 충고해야지 야단치거나 윽박질러서 멀리 도망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잘 알다시피 열일곱 살 이하의 아이에게는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주지 않습니다. 판단력이나 절제력을 포함하여 여러 면에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열일곱 살 아이에게 운전 잘하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열일곱 살 아이에게 현명한 판단과 자제력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아직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용서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야만 가까운 친구, 영원한 친구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된 본인은 자녀의 지금 나이 때에 얼마만큼 현명했고 얼마만큼 자제력을 발휘하셨나요? 자녀의 어리석음에 박수를 보낼 수는 없겠지만 윽박지르거나 야단쳐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부모니까 꾸짖고 야단친다는 말도 옳지만, 부모니까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야 한다는 말도 옳지 않은가요? 

 자녀의 입장에 서 보십시오. 누구에게 투정 부리고 누구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며 누구 앞에서 눈물을 보이겠습니까? 부모니까 기대고 싶고 눈물을 보이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거센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었습니다. 햇볕정책은 남북 관계에서뿐 아니라 부모 자식 간에도 유용한 방법입니다. 어느 누구와의 관계에서든 정답은 용서인데, 부모 자식 사이는 특히 용서로 모든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 용서 외에 다른 방법 없잖아요. 영원한 친구인 자녀에게 용서는 부모의 의무이자 권리인 것입니다. 

 가끔씩 졸업생들이 찾아오면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젊은 날에 내가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은 존재이기에, 또 내 진심으로 격려해 주고 희망을 준 존재이기에 보람과 기쁨을 느끼곤 합니다. 찾아오기는커녕 전화 한 통 주지 않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솔직히 과거에는 그런 아이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조금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을 본 이후부터입니다. 3,40년 전에 맺었던 인연을 애타게 찾는 모습, 만나고 나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서 시詩 아닌 시를 끄적여 본 이후부터입니다.

 찾아와 주지 않는다고 기억하지 않는 것 아니다. 

 전화 주지 않는다고 잊고 사는 것 아니다. 

 편지 주지 않는다고 관심 없는 것 아니다. 

 그 어디에선가 그대를 때때로 강하고 강하게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도 만나고 싶어 하고 있다.

 미루고 있을 뿐이다.

 나처럼. 

 표현하는 사랑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마음만 있어도 충분한 것 아닌가요?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지 않던가요?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특히 쑥스럽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가, 특별한 기회나 명분이 없어서 표현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 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자녀의 실수와 배반에 서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서운하다는 이들에게 ‘당신은 자녀의 나이 때에 당신의 부모님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 표현하면서 살았는가?’라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자녀 역시 표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부모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에 대해 의심하며 슬퍼하지 마십시오. 사랑 받음 없이 오직 사랑함으로써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또 부모 아니겠습니까? 

 <도전 골든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그때 출연한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늘 짜증만 내고 투정만 부려서 정말 미안해요.” 

 “엄마 아빠 고마워요. 제 짜증 다 받아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마음에 있었지만 말로는 표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렇습니다. 나를 가장 사랑하고 또 영원히 책임져 줄 존재는 가족입니다. 가족만큼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가 또 있을까요? 가장 많이 갈등하는 대상도 가족이지만 가장 많은 사랑을 주고받는 대상 역시 가족입니다.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준 사람이 자녀였지만, 앞으로 나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베풀 사람도 역시 자녀입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행복을 주었던 사람도, 앞으로 가장 많은 행복을 줄 사람도 자녀라는 사실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을,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될 소중한 존재인 자녀와 다투고, 미워하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얼마나 큰 어리석음인지요? 자녀보다 중요한 존재? 글쎄요, 한 달 내내 생각해 보았는데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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