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님의 스스로 학습법
ebook인가, 종이책인가?
2025년 스마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대학생들에게서는 두꺼운 전공 서적을 손에 한 권씩 들고 다니던 그 시절 감성을 발견하기 힘들다. 가방이 있어도 꼭 전공 서적 만큼은 손에 들고 다녔던 학부 시절 기억이 나에게는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말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며 패드 하나로 못 하는 것이 없다. 책도 보고, 필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는 게임이나 SNS도 즐긴다. All in one, 간편하고 스마트한 세상이니 스마트한 환경을 누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몇 년 전 우리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그린스마트 시범학교로 지정이 되었다. 이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근조화환 수십 개를 교문 앞으로 보내며 반대 서명 운동을 했고, 이를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하며 시위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 결과 그린스마트 시범학교 지정은 철회되었다. 전교생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반대를 해서 그린스마트 시범학교 지정을 막아 냈다고 당시 아파트 내에서 크게 자축했던 기억이 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기존의 노후 학교를 좀 더 디지털화 하고,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며 학생 중심으로 자율적이고 융합적인 미래교육을 실시하는 곳으로 바꾸겠다는 교육부 추진의 대규모 혁신 사업이다. 내용은 너무 좋다. 딱 한 가지 우려 되는 것은 바로 디지털 교과서이다.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종이교과서를 디지털로 바꾼다는 것. 현재는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반영하여 디지털 교과서와 종이 교과서를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디지털 교과서의 사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2028년까지는 모든 과목이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할 예정이라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런 정부의 계획에 대해 아파트 주민들은 왜 근조화환을 보내면서까지 반대를 했을까? 이는 보통의 반대 운동과는 성격이 다르다. 경제적 이득이나 주거 환경 개선 등을 위한 반대 운동이 아닌, 정말 내 아이의 공부 정서를 위한 진심 어린 반대 운동이다. 나도 그린스마트를 간절히 반대하는 마음으로 서명을 보탰다.
아이가 작년 말에 ‘디벗(디지털 벗)’이라는 태블릿을 학교로부터 받아 왔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디벗’을 제공하기 전에 미리 각각의 태블릿에 유해한 콘텐츠를 다운받지 못하도록 설정을 한 후 나누어줬다고 한다. 근데 아이가 그 ‘디벗’으로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게임이었다. 심지어 혼자 게임을 한 것도 아니고, 반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만나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덜 유해한’ 게임이라 다운받을 수 있었겠지 하면서도, 이런 것에 굳이 예산을 왜 쓸까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마음대로 게임을 다운받는 것을 학교에서 알게 된 이후에는 아예 교실 내에 디벗 충전 공간을 따로 마련하여 가정으로 가져가지 못하도록 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변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가끔은 옛 것이 좋을 때도 있다. 내 집의 맵을 그려 구석구석 청소해주는 로봇 청소기, 나보다 설거지를 훨씬 잘 하는 식기세척기, 핸들에 손만 대고 있으면 운전해주는 자율주행 자동차, 이런 사물 인터넷의 은혜를 누리고 사는 2025년이 나도 사실 편하고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학습만큼은 아날로그를 이길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교과서 속 사진을 누르면 가상의 공간으로 연결되고, 굳이 오리와 돔형 리드를 준비하지 않아도 태블릿 하나로 가상현실 실험이 가능한 스마트한 교과서. 너무나도 이상적이지만, 종이가 주는 질감과 사각사각 연필 소리, 종이 특유의 냄새, 그리고 5장 뒤로 넘겼다가, 10장 앞으로 넘겼다가, 침 바른 손가락으로 종잇장 넘기는 소리와 책장을 넘기며 찾고자 하는 내용을 찾아보는 그 과정 가운데에서도 아이는 사고를 하고, 학습도 한다.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디지털만 외치는 세상은 아이들에게 디지털 과몰입, 시력 저하만 남길 뿐이다.
ebook이 담아내지 못하는, ‘종이교과서’만의 활용 꿀팁을 잠시 소개해 보려고 한다.
흔히 교과서는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참고하거나 시험 기간에는 종이가 너덜거리도록 읽기도 하며, 간간히 필기를 겻들이며 사용하기도 한다. 삽화에 장난을 치거나 귀여운(?!) 낙서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우리 아이는 ‘도덕’이란 교과서의 글자에 획 몇 개를 추가해 ‘또먹’이라고 해놨다. 그만큼 교과서는 늘 아이들 곁에서 친근한 도서이자 친구이다. 이런 교과서를 200% 활용하는 방법은 바로, ‘교과서 단권화’이다.
학생들이 필기할 때, 또는 시험공부의 일환으로 요점 정리를 할 때, 보통 예쁜 공책을 가져와서 다양한 컬러의 펜들로 노트 필기를 한다. 노트 필기를 하면 뿌듯하기도 하고, 보기에도 좋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공부를 할 때에는 필기해놓은 노트의 학습적 효과가 오히려 떨어진다. 학새들이 교과서를 간과하고 스스로 정리한 요점 정리 노트만 보기도 하고, 또는 열심히 노트 정리 해놓고 교과서만 보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한 요즘 정리인지 모를 정도이다. 그래서 나는 꼭 교과서와 관련된 모든 필기를 해당 과목의 교과서 한 권에 정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필기의 내용은 다양하다. 선생님께서 칠판에 적어주신 내용을 옮겨 적는 것도 필기이고, 스스로 자습서나 참고서를 읽으며 중요한 내용을 교과서에 추가할 수도 있다. 나는 아이와 가정학습을 할 때 주로 교과서 여백에 표를 그려서 정리하거나 역사 과목의 경우 ‘화살표를 이용한 꼬리물기’ 방법을 이용하여 교과서 여백에 정리한다.
이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필기를 하되, 필기 자체를 교과서라는 한 공간에 정리한다면 교과서 한 권만 참고하더라도 내가 필기한 모든 내용에 대한 참고가 가능하다. 이런 활동들이 가능하려면 아무리 스마트한 세상일지라도 종이책을 사랑해 보자. 정리해놓은 필기들, 교과서만의 질감, 교과서 냄새, 종이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갈 때의 사각사각 연필 소리, 이 모든 감각들이 어우러져 아이의 두뇌에 더욱 효과적으로 저장될 것이다. 이는 아무리 스마트한 기기라도 절대 따라가지 못하는 ‘공부감성’으로, 시각이나 청각적 이미지만 전달하는 디지털기기에 비해 두뇌의 정보처리와 자극, 반응, 특히 글씨를 꾹꾹 눌러 쓸 때의 압력과 사각사각 연필 소리로부터 전달되는 학습의 다각적인 요소들이 모여 아이의 장기 기억 속에 복합적으로 저장되고 학습 효과에 시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