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1
2022년이 와버렸습니다.
속으로 22년이 오지 않길 많이 빌었습니다.
22년에는 력사가 정말 어디에도 없어서요.
아까는 차별금지법 송년 집회에 갔다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집행위원들의 편지를 읽고 경찰차 옆에 서서 혼자 엉엉 울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력사가 이젠 정말 과거의 사람이 되는 느낌입니다.
나의 새로운 22년의 계획에는 이제 력사가 없거든요.
여행도 휴가도 력사없이 채워지고, 제주도를 그렇게 드나들지도 않겠지요.
력사가 가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어져서 엉엉 울었던 마음과 이건 또 많이 다른 거 같아요.
력사가 가고, 구산동 집도 없고, 제주 집도 없고, 력사 차도 없고, 우리의 ‘공간’이 없어졌고,
2021년이 가버리며 우리의 ‘시간’도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부재하는 시공간 앞에서 이제 저는 정말 추억만 먹고살아야 하게 된 것 같아요.
마지막에 입었던 옷 같은 거 버리지도 빨지도 말걸 그랬다 싶어요. 그땐 그런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체취도 없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뭐, 다 끌어안고 있었으면 더 나았겠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그냥 연말연시라 맘이 싱숭생숭해서 그렇습니다.
아마 또 내일이 되면, 저는 또 신이 나고, 즐거운 하루를 살아가겠지요. (엊그제 타임라인 돌아다닌 번아웃 증후군에 해당되는 것도 한두 개 밖에 없고-ㅁ-, mmpi 검사 결과로도 저 참 건강해 뵈더라고요ㅋㅋㅋ 훈늉해)
그러니 괜찮습니다.
그리움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짙을 수밖에 없는 거니까요. 그건 누구든 감당해야 하는 삶의 몫 이잖아요.
그리움이 사라진 후에도, 기억과 추억이 따뜻하고 얕고 길게 오래가길 바랄 뿐입니다. 너무 빨리 사라지기엔 또 너무 아쉬운 사람이잖아요.
새해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의 시공간에서도 사라졌을지 모르는 이 사람을, 책장 한쪽에 은근히 보이는데 놔둬주세요. 가끔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렇게 은근히 생각해주시길, 아니 여러분에게 그렇게 따뜻하고 은근하고 웃음 나게 생각되는 차력사이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린, 함께 계속 잘 살아보아요.
가능하다면 조금 더 행복하게, 조금만 더 서로를 눈여겨보면서, 조금만 더 스스로를 챙기면서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