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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D Jan 03. 2022

D+200일, 극락왕생하시오

211230


올해의 마지막 여행에서는 낙산사를 다녀왔다. 출발하는 날 아침, 디데이 어플이 력사가 떠난 지 200일이라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100일에도 200일에도 같은 사람들과 함께 여행이라니. 참 난 복도 많다 싶더라.


낙산사에서 사실 눈물이 좀 날 것 같았지만, 어물쩡 잘


넘어갔고, 처음으로 력사의 극락왕생을 빌어보았다. 벌써 6개월이 넘었다. 아니 사실은 1년도 넘은 기분이기도 한데 6개월밖에 안됐다.


2021년, 키워드가 백만 개 생길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해였는데 내 키워드 1번은 력사일 수밖에 없었던 해이다. 참 내 인생, 너를 만나 지난 십몇년간 다사다난했다.


첨에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이야기를 듣고 ㅇㄹ가 력사 이야기를 하면서 ‘멀리 사는 것만 빼면 내 조건에 딱 맞는 사람’ 이랬었는데, 그러고 보니 대부분 우리는 멀리 살았고, 그래서 난 분리불안 인간에서 벗어나 내 일에 좀 더 집중도 할 수 있었고, 혼자여도 괜찮은 시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력사를 만나 더 좋은 사람,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믿고 싶다 ㅋㅋㅋ)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어느 정도는 력사의 덕이고,


애인에게 좋은 사람 콤플렉스도 벗어나 지랄도 할 수 있는 사이가 된 것도 력사 덕이라면 덕이다.


나의 30대가 력사와 시작되어 력사와 마무리되었다. 덕분에 (마음이) 건강한 40대로, 좀 더 나를 긍정하는 나로 자랄 수 있었다. 


그러니 짜증 나고 화났던 건 과감히 잊어주겠다. 


고맙다 차력사. 


그리고 올 한 해를 지나며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마 력사도 감사할 꺼라고도 말하고 싶었다. 빚지는 거 싫어하는 애였어서, 아마 빚도 아닌데 빚이라 생각하며 죽어서도 갚을 아이라, 분명 여러분 모두에게 내년에 좋은 일 한 개 이상씩은 생길 것이어요 


그나저나 기도하고 구경하고 돌아 나오는데, 누군가가 소원지에 #차별금지법제정 과 #동성결혼법제화 를 적어둔 걸 발견했다.


2022년은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해이길 소원한다. (물론 그분들의 소원은 제외하겠다-_-)


그리고 매우 맥락 없는 ps. 자기가 력사 소개시켜준거라고 우겼던 누보. 력사덕에 조금 더 가까워졌던 난새. 력사와 꼭 함께 다시 만나자고 했던 쇼쿄. 


거기서 아프고 힘들고 슬프고 그런 거 없이 모두 함께 꼭 즐겁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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