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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D Jan 03. 2022

2022년이 와버렸다.

20220101


2022년이 와버렸습니다.


속으로 22년이 오지 않길 많이 빌었습니다. 


22년에는 력사가 정말 어디에도 없어서요.


아까는 차별금지법 송년 집회에 갔다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집행위원들의 편지를 읽고 경찰차 옆에 서서 혼자 엉엉 울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력사가 이젠 정말 과거의 사람이 되는 느낌입니다.


나의 새로운 22년의 계획에는 이제 력사가 없거든요.


여행도 휴가도 력사없이 채워지고, 제주도를 그렇게 드나들지도 않겠지요.


력사가 가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어져서 엉엉 울었던 마음과 이건 또 많이 다른 거 같아요.


력사가 가고, 구산동 집도 없고, 제주 집도 없고, 력사 차도 없고, 우리의 ‘공간’이 없어졌고,


2021년이 가버리며 우리의 ‘시간’도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부재하는 시공간 앞에서 이제 저는 정말 추억만 먹고살아야 하게 된 것 같아요. 


마지막에 입었던 옷 같은 거 버리지도 빨지도 말걸 그랬다 싶어요. 그땐 그런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체취도 없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뭐, 다 끌어안고 있었으면 더 나았겠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그냥 연말연시라 맘이 싱숭생숭해서 그렇습니다.


아마 또 내일이 되면, 저는 또 신이 나고, 즐거운 하루를 살아가겠지요. (엊그제 타임라인 돌아다닌 번아웃 증후군에 해당되는 것도 한두 개 밖에 없고-ㅁ-, mmpi 검사 결과로도 저 참 건강해 뵈더라고요ㅋㅋㅋ 훈늉해)


그러니 괜찮습니다. 


그리움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짙을 수밖에 없는 거니까요. 그건 누구든 감당해야 하는 삶의 몫 이잖아요.


그리움이 사라진 후에도, 기억과 추억이 따뜻하고 얕고 길게 오래가길 바랄 뿐입니다. 너무 빨리 사라지기엔 또 너무 아쉬운 사람이잖아요.


새해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의 시공간에서도 사라졌을지 모르는 이 사람을, 책장 한쪽에 은근히 보이는데 놔둬주세요. 가끔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렇게 은근히 생각해주시길, 아니 여러분에게 그렇게 따뜻하고 은근하고 웃음 나게 생각되는 차력사이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린, 함께 계속 잘 살아보아요.


가능하다면 조금 더 행복하게, 조금만 더 서로를 눈여겨보면서, 조금만 더 스스로를 챙기면서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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