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캔디D Jun 17. 2022

오늘의 눈물바람쏭 - 이적의 rain

220610

오늘의 눈물바람쏭 - 이적의 Rain.


페북의 1년 전 오늘을 보는걸 좋아한다. 그때의 상황이 떠오르기도 하고, 기분이 몽글몽글 해지기도 하고…


1년 전 오늘은 페북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친구들의 페북에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을꺼다.


(열두시가 지난) 오늘은 력사가 떠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열두시 이전의) 오늘 하루 종일 맘이 뒤숭숭했다. 그래도 어제 열심히 력사 사진도 찾았고, 오늘은 제사 음식도 이것저것 샀다. 정말, 이것저것 샀다.


1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지난번 언젠가의 글에도 썼지만, 난 그냥저냥 잘 살고있다(고 생각한다).


력사 전시회도 하고 싶었고, 간병기 혹은 력사를 떠나보낸 글을 엮어내고도 싶었고, 어떻게든 세상이 력사를 좀 더 기억하게 하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난 1년은 매우 바쁘고, 또 게으르게 보냈다.

력사를 더 많이 생각했지만, 많이 잊어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까는 장을 보다가 문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내가 “내가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하지?”라고 생각할까봐 두려워졌다. 그걸 두려워하는 나도 두려워졌다. 력사를 지워야지 새 삶이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내가 어느 한구석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좀 끔찍했고, 좀 불쌍했다.


아직은 지울 생각도 뭣도 없으면서.


차를 몰고 마트에 가는데, 이적의 레인이 흘러나왔다. “너를 보고싶어서 내가 울 준 몰랐어”가 나올때부터 눈물이 줄줄 났다.


정말, 력사가 보고싶어서 이렇게 울꺼라곤 생각도 못했다. 력사는 내가 울면 어쩔줄 몰라하는데. 십년 내내 그랬는데. 그래서 나 우는것도 별로 안좋아했는데. 난 오늘도 또 운다.


울면서도 력사에게 갈때 뭘 입고 갈지 생각한다.

울면서도 제사에 올릴 음식 중에 더 사야하는건 없는지 생각한다.

울면서도 우리가 결혼같은거 안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검은머리 파뿌리”서약같은거 안했으니까. 네가 약속을 안지키고 먼저 갔다고는 안할 수 있다. 다행이다(욕).


새벽에 수영가야하는데 잠이 안온다. 다 력사 탓이다. 모든건 다 력사 탓이다. 아니다. 사실은 력사 탓으로 다 돌리면 너무나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내일은 그냥 다 네 탓인걸로 하자.


——-


이적 - Rain


오늘도 이 비는 그치지 않아

모두 어디서 흘러오는 건지

창 밖으로 출렁이던 헤드라잇 강물도

갈 곳을 잃은 채 울먹이고

자동응답기의 공허한 시간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기다림은 방 한 구석 잊혀진 화초처럼

조금씩 시들어 고개 숙여가고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준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모든 흔적 지웠다고 믿었지

그건 어리석은 착각이었어

이맘때쯤 네가 좋아한 쏟아지는 비까진

나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걸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준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하루 하루 갈수록 더 조금씩

작아져만 가는 내게

너 영영 그치지 않을 빗줄기처럼

나의 마음 빈 곳에 너의 이름을 아로새기네

너를 보고 싶어서

너를 보고 싶어서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겐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나에겐 마르지 않는 눈물

흘러내리게 해줬으니

https://youtu.be/RhYLMIfSBe0


매거진의 이전글 다음 주면 력사의 1주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