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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경별진 Jan 27. 2024

친절함이 주는 행복

친절함은 언제나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 하지만 요즘은 그 작은 기쁨을 누리기란 쉽지 않으며, 오히려 불친절이 우리에게 더 가깝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든다.


친절은 꼭 말투나 행동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표정으로도 느껴진다. 친절한 행동을 했어도 무표정이나 인상을 쓰고 있었다면 왜인지 불친절을 당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웃는 얼굴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준다. 하지만 언제나 웃으면서 친절을 베풀 수는 없는 일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친절을 베푸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워낙 내성적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마주 하는 일이 없기도 하다.


내가 20대였을 때는 서비스직 알바를 오래 했었다. 영화관과 백화점에서 일을 했었는데, 따로 친절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고객이 원하는 것을 확인해 주고, 그것을 채워주는 것을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약간의 미소.


지금의 회사에서 몇 년 전, 플리마켓을 했었다. 그때 손님이 원하는 옷을 골라주고, 피팅하는 것도 도와주었더니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너무 친절하세요.”라고 해주셨다. 어느 날은 누군가의 친절함이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친절하다는 그 말은 들은 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기억이 나는 것을 보니 내게도 좋은 기억이었던 것 같다.


친절은 베푸는 것도, 받는 것도 서로에게 기분 좋은 행복감을 준다.


사실, 요즘에는 어디를 가도 친절을 느끼기란 어려운데 나는 요즘에 친절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새로 이사 온 이 동네에서 말이다. 그래서 꼭 친절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이 동네에 처음 이사를 와서 편의점에 음료수를 사러 갔다. 편의점 사장님은 우리가 처음 보는 손님이었는지, 바로 우리에게 “이사 오셨나 봐요.”라고 물으셨다. “네. 이사 왔어요.“


”이사 잘 오셨어요. 이 동네 참 좋아요. “라고 해주셨고, 마지막 인사로는 “부자 되세요.”라고 해주셨다. 이사 온 첫날부터 좋은 예감이 들었다.


자주 가는 양꼬치 집이 생겼다. 우리는 한 달에 한번씩 가게 되었는데, 어느 날부터 사장님과 직원들이 우리를 알아봤다. 그러던 어느 날은 서비스로 마늘과 물만두도 주시고, 한마디 씩 말을 걸어주시며 웃어주셨다. 우리는 이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사는 집의 주차장은 차가 나가면 항상 주차봉을 해야 한다. 외부인들의 주차를 막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항상 내려서 주차봉을 뺀 뒤에 주차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나는 주차를 할 때 주차봉과 거의 닿을 정도까지 붙인 뒤에 차에서 내려서 주차봉을 빼는데, 어느 날은 앞 빌라에 사는 80세도 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가 담배 피우러 나오셔서는 내가 주차하는 것을 지켜보셨다.


나는 평소대로 주차봉쪽으로 후진을 하려는데 할아버지가 종종걸음으로 “안돼! 안돼!” 하시면서 뛰어가서는 주차봉을 빼주시고는 손짓으로 주차를 도와주셨다. 나는 창문을 열어 크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들어가셨다.


보통의 내가 자주 겪었던 일은 관심이 없거나,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할아버지들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그 친절로 인하여 그날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뒤로도 주차봉의 친절은 멈추지 않았다. 또 다른 어느 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후진을 하려는데 어떤 분이 현관으로 들어가면서 주차봉을 치워주셨다. 나는 그것을 못 보고 내렸는데, 주차봉을 치우고 들어가는 분을 향해 ”감사합니다! “라고 외쳤다.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어갔다.


정말 소소하면서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기분이 참 좋은 친절이었다. 그 뒤, 바로 며칠 전이었다. 나는 또다시 주차를 하려고 후진 중이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분이 현관으로 들어가면서 주차봉을 빼주셨고, 나는 차에서 내리는 번거로움 없이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서로 모르는 사이이기도 하고, 얼굴도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굳이 도와줄 필요는 없는데 도와주는 것이 신기하다.


나는 그새 또 기분이 좋아져 집으로 들어와서는 남편에게 신나게 받은 친절을 이야기했다. 나는 친절함이 많은 이 동네가 참 좋다.


사랑도 받은 만큼 할 수 있듯이 친절도 받은 만큼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이 동네가 친절한 이유는 서로의 친절로 인해서 친절이 전이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같이 불친절과 불만, 불평 많은 곳에 찌들어 있다가 한번씩 맛보는 이런 소소한 친절이란 참으로 행복하다. 그것도 내가 매일 먹고 자는 이 동네에서 느끼는 친절이란 안락함과 평안함까지 느끼게 해 준다.


부디, 이 행복이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그리고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전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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