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간 태권도 및 줄넘기 교육을 하며 알게 된 것
소개
2022년 눈이 내리던 1월 어느날, 줄넘기 강사와 태권도 보조사범 일을 시작했다. 전공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직종이었으나 회사 취업 준비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중 구인공고를 발견해 지원했다. 체육을 좋아해서 예전부터 해왔고(태권도 4단, 줄넘기 대회 우승) 남들 앞에서 말하는 데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내가 과연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저 귀찮아하는지조차 몰랐고 알 수 없었다.
첫 만남
강사로서의 시작, 첫 만남부터 아이들의 성격이나 세세한 특징을 기억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어느정도의 성향은 알 수 있었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색해하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하는 아이가 있는 한편, 내가 인사를 건네면 어머님 뒤로 숨는 아이도 있었다. 인사할 때 부터 드러나는 것이다. 사회적인 행동 양식으로 가공된 성인과는 다른 점이었다. 성인이나 아이들이나 아주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더 순수하게 그대로 표현했다.
수업을 진행할 때도 인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태도가 잘 잡혀있는 아이, 집중이 금방 풀리는 산만한 아이, 화를 잘 못 참아서 다른 아이들과 마찰이 자주 생기는 아이 등 열 명이면 열 명 모두 다른 아이들이 한 곳에 모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그야말로 무지개 꽃밭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 글은
'아이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이를 어떻게 집중시키고 질 좋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까?'
위 질문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고찰이다.
수강생과 수련생이라는 단어의 차이. 두 단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단순히 강의를 받는 학생을 가리킬 때 사용하지만 후자는 스스로 갈고 닦는 의미를 내포한다. 잠깐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성찰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단련하는 과정을 수련이라 한다. 어떻게 보면 기술이나 인격은 '습득'이 아닌 '변화'에 더 가깝다. 체육관에 등록한 아이들은 수련생이다. 수업을 하며 지도자가 얼마나 잘 이끌어주느냐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스스로가 더 나아지려고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수련생으로서의 태도를 갖도록 도왔다.
실제로 본 사례인데, 타고난 재능과 상관없이 목표의식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수련생은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었다. 당연한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그 무엇보다 어떤 것에 임하는 자세였다.
칭찬
어떻게 평범한 아이들을 진정한 수련생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가장 간단하고 유쾌하면서 답에 가까운 것은 '실감나는 리액션'과 '폭풍 칭찬'이었다. 작은 변화에도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면 아이들은 성취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노력했다. 그냥 잘했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다. 아이에게 나의 흥분(기쁨)을 전달 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어떤 부분을 잘 한 건지 확실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해주는 게 효과적이었다.
A 수련생 : 사범님! 저 이 기술 성공했어요!
나 : 오!! 진짜? A가 이걸 성공했다고?
A 수련생 : 보여드릴게요. 한 번 봐주세요~
나 : 와우!!! 대~박!!! (하이파이브) 원래 이거 고치려면 더 오래걸리는데, 언제 연습했어? 따로 연습한거야?
A 수련생 : 네 집에서 혼자 연습했어요.
나 : 이야~ 이건 A가 열심히 해서 성공한거야. (엄지 척)아주 잘 하고 있어~!
예시를 들어봤는데, 이런 상황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수업 도중에 지도자가 설명하는 동안 바른 자세로 집중하고 있는 아이, 다른 친구에게 배려하거나 도와주는 아이 등 칭찬해 줄 수 있는 상황이 많다. 항상 눈여겨보고 그런 부분이 보일 때마다 칭찬해주었다. 특히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한명 한명 바로잡기보다 잘하고 있는 아이 한 명을 칭찬하는 게 아이들의 태도를 바꾸기에 훨씬 효과적이었다.
재미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 웃겨주는 건 정말 커다란 가치다. 마음을 여는 마스터키 같다. 수업을 어떻게 재미있게 진행하느냐에 따라서 그냥 시키니까 하는 운동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으로 나뉜다. 몸개그나 농담을 할 수도 있고, 수업 프로그램 자체를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노력 또한 필요했다. 수업 시작 전에 관장님과 짧은 브리핑을 통해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 지 구상했다. 같은 내용을 가르치더라도 어떻게 수업하느냐에 따라 참여도가 달라진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나는 가능한 늘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왔다. 이 일을 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 별미는 평소에 표정변화가 별로 보이지 않는 아이를 피식 웃게 만들 때였다.
장치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이에 해당하는 어떠한 보상이 있을 때 더욱 매진하게 된다. 그 보상은 칭찬도 포함되고, 달란트 개념으로 포인트를 줄 수도 있고, 급수 상승(태권도 띠가 올라가듯) 아니면 대회 참가 성적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게 무엇이든 아이들의 열정을 고취시키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수업을 할 땐 아이들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되어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용 전달이 원활할 뿐더러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다. 이목을 이끄는 첫 번째 방법은 큰 목소리인데, 문제는 나의 타고난 목소리가 아무리 크게 외쳐도 아이들을 압도할 만큼 우렁차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틈만 생기면 산만하게 떠들었다. 당연히 수업 진행도 꼬이기 시작하고 머리가 하얗게 돼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막연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스피치
아이들 앞에서 하는 모든 말들은 스피치다. 일단 내가 가진 목소리가 기본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강약조절을 통해 집중을 잃을 때다 싶으면 다시 나를 쳐다보게끔 유도했다. 큰 목소리로 말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다시 크게 말하는 식으로 강조를 주며 얘기했는데 나름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문장을 길게 늘어뜨리지 않고 짧게 끊어서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게 나도 편하고 듣는 아이들도 이해하기 쉬워했다.
소통
아이들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사는 동네,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활동, 취미, 친구관계 등 아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면 결국 아이들은 수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유대가 생기고 아이가 나를 신뢰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나를 믿고 기대고 따라주는 아이들은 수업태도가 대체로 좋았다. 내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으면 그 아이는 수업에서 겉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한명 한명 관심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했다.
꾸준함
수업을 하며 느낀 또 다른 점은 생각보다 아이들이 바로바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 그대로인듯 하면서 서서히 변화한다.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련생이니까 그런가보다. 생각해보면 나도 아이들과 함께 수련했던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계속해서 관찰하고 가르쳐주면서 변화가 나타날 때 까지 기다려야했다. 특히 매우 산만한 아이에게는 그 과정 속에서 더욱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지금도 나는 아이들을 대하는 법을 계속해서 수련하고있다.
어느 날 생각했다. 자주 떠올렸던 질문.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수련의 가치와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