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Nov 01. 2024

여인(女人)

여인(女人)


햇살이 이리 따뜻한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어둠이 온기를 몰고 가버린 뒤에.


그대의 더운 가슴이 부드러운 손길이

이다지 그리울지 몰랐습니다.

그대 내 곁을 떠난 뒤에.


지나치는 바람에 머릿결 넘기던

그대의 흰 손, 고운 손톱,

정갈한 이마와 붉은 입술,

귀 아래 검은 점까지

여전히 내 가슴속 깊이 남아있음을

정녕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 성숙(成熟)의 여인이여

그대 옷자락 날릴 때면  

나는 은밀한 향기에 취했지요.

그대의 걸음은 날리는 꽃잎 같았고

그대의 음성은 새들의 속삭임처럼

감미로웠습니다.

그대의 미소는 내 온갖 상념을

그렇듯 뒤흔들어 놓았지요.

아 미지(未知)의 여인이여

한 번의 숨결로 내 지친 열정을 깨우고

한 번의 손짓으로 내 모든 욕망을 흔들던

그대 나의 정념(情念), 나의 미혹(迷惑),

영원의 기다림...


꿈길에서 그대를 만났습니다.

긴 머리카락 날리며

그대는 멀리서 웃고 있었습니다.

보고 있어도 그리운

그대의 온기를, 향기를, 더운 가슴을

쓸어안고 싶었습니다.

갈바람이 포도(鋪道) 위 낙엽을 날리면

또다시 꿈에서 깨어

그대를 그리워할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서양 미술을 변화시킨 열 작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