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女人)
햇살이 이리 따뜻한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어둠이 온기를 몰고 가버린 뒤에.
그대의 더운 가슴이 부드러운 손길이
이다지 그리울지 몰랐습니다.
그대 내 곁을 떠난 뒤에.
지나치는 바람에 머릿결 넘기던
그대의 흰 손, 고운 손톱,
정갈한 이마와 붉은 입술,
귀 아래 검은 점까지
여전히 내 가슴속 깊이 남아있음을
정녕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 성숙(成熟)의 여인이여
그대 옷자락 날릴 때면
나는 은밀한 향기에 취했지요.
그대의 걸음은 날리는 꽃잎 같았고
그대의 음성은 새들의 속삭임처럼
감미로웠습니다.
그대의 미소는 내 온갖 상념을
그렇듯 뒤흔들어 놓았지요.
아 미지(未知)의 여인이여
한 번의 숨결로 내 지친 열정을 깨우고
한 번의 손짓으로 내 모든 욕망을 흔들던
그대 나의 정념(情念), 나의 미혹(迷惑),
영원의 기다림...
꿈길에서 그대를 만났습니다.
긴 머리카락 날리며
그대는 멀리서 웃고 있었습니다.
보고 있어도 그리운
그대의 온기를, 향기를, 더운 가슴을
쓸어안고 싶었습니다.
갈바람이 포도(鋪道) 위 낙엽을 날리면
또다시 꿈에서 깨어
그대를 그리워할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