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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28. 2024

눈 내린 뒤에

로버트 프로스트 : '버려진 곳들' 

Desert Places

            Robert Frost


Snow falling and night falling fast, oh, fast

In a field I looked into going past,

And the ground almost covered smooth in snow,

But a few weeds and stubble showing last.


The woods around it have it - it is theirs.

All animals are smothered in their lairs.

I am too absent-spirited to count;

The loneliness includes me unawares.


And lonely as it is, that loneliness

Will be more lonely ere it will be less -

A blanker whiteness of benighted snow

WIth no expression, nothing to express.


They cannot scare me with their empty spaces

Between stars - on stars where no human race is.

I have it in me so much nearer home

To scare myself with my own desert places.


버려진 곳들 

         로버트 프로스트


지나치며 바라본 들판에

아 눈이 내린다. 밤이 내린다. 빠르게, 빠르게,

온통 눈으로 고루 덮인 땅 위에는

잡초와 그루터기만이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뿐.  


주변의 숲이 말한다 -그것은 자기의 것이라고.

동물들은 모두 굴속에서 숨을 죽이고

온통 마음을 빼앗긴 나는 가름조차 못한

외로움에 불현듯 사로잡힌다.  


그렇듯 외로워도, 외로움은 

더욱 깊어진 뒤에야 가라앉겠지. 

어둠에 잠겨 더 휑해진 흰 눈은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다.  



아무도 살지 않는 별들, 

그 사이의 빈 공간들은 두렵지 않다. 

집에 가까이 이른 뒤에야 나는 깨닫는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나 자신의 버려진 곳들임을.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폭설이 내렸다. 흰 눈으로 덮인 세상은 아름답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했다. 갑자기 흰 페인트를 칠해놓은 집들과 나무와 거리의 풍경은 나를 아무도 없는 외딴곳에 던져놓았다. 외로움이 닥쳐왔다. 낯선 곳에 갇힌 영혼이 속에서 소리친다. 놀라움 속에 쏟아붓던 눈발이 겨울밤의 어스름 속에서 기이한 백색의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인적 끊긴 황량한 거리는 흑백의 그림처럼 썰렁하다. 겪을 만큼 겪어야 이 외로움은 잦아들겠지. 눈 그친 밤하늘의 별이 성글다.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무엇일까. 사람 없는 빈자리보다 내 마음속의 버려진 그곳들이 눈 내린 이 밤 더욱 나를 힘들게 한다. 눈에 젖은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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