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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15. 2024

'황홀한 거짓말'

유안진

황홀한 거짓말  

           유안진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힌 이 한마디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 담을 수밖에 없다니요


한 겨울밤 부엉이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걸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 유안진 시집 ‘기쁜 이별’ (도서출판 오상, 1998)


A Fantastic Lie 

           Yu, Ahn-jin 


“I love you.”

Having no other things than these worn-out words 

I cry over my poverty. 


Why should I contain in this lie 

My pure love and truth, the first after the first?


With an owl’s cry in a winter night 

And a cuckoo’s breath-taking weeping in a summer night, 

“I love you.” 


The more spring water is dug up, the fresher it will be.

Likewise, more crude and strange words than the first

Will be "I love you.“  


Please call out these true words stuck in my throat

As a fantastic lie. 

(Translated by Choi) 


사랑은 ‘황홀한 거짓말’이죠. 새로운 사람에게 하는 사랑의 고백은 지나간 사람에게 했던 고백과는 다릅니다. 그것은 언제나 첫 고백이니까요. 당신의 그 사랑한다는 말은 분명 진실일 겁니다. 하지만 사랑은 굴곡진 거울에 비친 마음의 그림자일지도 모릅니다.  


가진 것이 없어서 사랑 밖에는 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미친 듯 사랑을 토해냅니다. 이미 해본 말인데도 할 때마다 어색하고 낯설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새롭기도 합니다. 그러니 사랑의 고백이 진실인지 아닌지 너무 따지지 마세요. 연인 간의 사랑은 언제나 순간의 정염입니다. 황홀한 거짓말이죠. 하지만 사랑은 열정이 아니고 믿음입니다. 논리가 아니고 흘러넘치는 느낌이죠. 감각적인 욕구가 아니라 이해와 희생입니다. 그 황홀경의 사랑이 언젠가는 영원이 되리라는 환상입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말고 사랑하세요. 사랑을 해보지 못한 것은 사랑을 잃는 것보다 슬픈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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