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작은 화분에 토마토가 열렸다
이른 새벽 풀잎에 구르는 이슬 같다
햇빛이 들자 그 작은 원에서 붉은빛이 새어 나온다
손자국 묻을까 한참을 들여다보기만 한다
이파리 사이로 비치는 초록을 잊고 있었구나,
자책한다
단맛 빨고 버리던 버찌는 어느새 검게 그을지만
함께 달린 붉은빛을 잊진 않았는데,
내가 그만 토마토 속의 초록을 놓치고 말았다
용기 내어 붉은 토마토 한 알을 떼어 낸다
입안에 넣자 토마토 맛이 난다
창문 밖으로 가볍게 바람이 일고
이름 모를 나무의 흔들리는 잎들,
여전히 초록이지만 문득 햇살에 뒤틀려
토마토가 되고 버찌가 된다.
수덕사 덕숭루, 앵두누나는 아직도
붉은 뺨과 검은 눈썹 여전할까
토마토 한 알에 입맛 다시며 가는 계절을 전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