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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이유

객짓밥 : 마경덕

by 최용훈

객짓밥

마경덕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 위에서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연못이 마르면

다른 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우리 엄마도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

취직이 안 되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

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어주었다


그 한마디에

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다


Away from Home

Ma, Kyong-deok


God,

To float that water skipper

Tightly pasted hairs on its legs, greasing them,

And made surface tension.


To feed it,

He threw dead bugs on the pond

And gave as many as four wide-open legs for it

Not to slide on the water.


Never ceasing worries,

He gave the wings to let it live in another place

When the pond ran dry.


My Mom,

Saying you never go hungry, write a letter

When trouble comes, and come back home

If you are not employed,

And never outstay others’ welcome,

She lipped small money for a ticket home.


Her words made me brave enough

To rise up against so many challenges away from home.


죽으라는 법은 없다. 소금쟁이처럼 가늘고 미약한 존재에게도 신은 살 길을 열어주셨다. 가벼운 몸, 연약한 다리로 물 위를 걷는 소금쟁이, 물 위에 떠가는 죽은 벌레를 먹고, 물길이 가파르면 휙 몸을 날려 연못 이곳 저곳을 나는 그 작은 생명조차도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듯 소금쟁이처럼 살아가는 우리네 갸날픈 인생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이야기를 갖고 있다. 어머니, 그 무조건적인 사랑, 그 애달픈 연민, 아무리 보잘것없는 모습이라도 마른 가슴으로 기꺼이 안아주는 어머니. 그의 눈물과 한숨과 무언의 통곡보다 더 큰 살아있을 이유,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소금쟁이 같은 시인의 가는 울음이 가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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