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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kcook Oct 30. 2020

10월 레시피, 감자빵

가을에는 리틀 포레스트지

예전에는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별로 안 좋아했다. 막연하게 귀농생활을 동경하게 만드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는데, 한번 보고 나니 나의 편견이 머쓱해질 정도로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몰입도 되고, 무엇보다 평화로운 계절과 영상미들이 주는 안정감이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만드는 그 맛깔난 음식들. 화려하진 않지만, 계절을 담아낸 레시피들이 내내 머릿속에 남았다.


가을 냄새가 시작되고, 계절 감성에 빠져 리틀 포레스트를 꺼내보았다. 그러다가 주인공이 구수하게 만들어 내는 감자빵에 매혹되어 직접 감자빵을 만들어보았다. 이름에 걸맞게 정말 감자를 듬뿍 넣어 만든 감자빵. 둥글둥글 투박한 모습에 구수함이 가득한 그 매력적인 레시피를 소개해본다.



재료 : 감자 3개, 박력분 250g, 이스트 5g, 올리브유 15g, 물 100g, 소금 10g, 설탕 10g


감자는 깨끗하게 씻어서 껍질을 깐 뒤, 푹 삶는다. 감자를 전부 으깨서 반죽에 넣을 거라서 최대한 푹 삶아주는 것이 좋다. 푹 삶아진 감자는 메셔로 잘게 으깬다. 뭉치지 않도록 곱게 으깨주는 것이 중요하다. 으깬 감자는 잠시 열을 식혀주고, 준비한 가루 재료는 모두 체를 쳐서 한 보울에 담아둔다. 가루를 솔솔 섞다가 으깬 감자를 넣고 잘 섞어준다. 

반죽에 으깬 감자 넣은 모습

이스트가 들어가면 반죽이 섞이자마자 발효가 시작되는데, 이 반죽은 뜨끈한 감자 덕분에 발효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 주걱으로 섞다가 잘 섞이면 손으로 반죽을 시작해야 한다. 반죽을 하다 보면 조금 질척한데, 계속 반죽을 하는 것 보단 가루 재료가 다 섞이면 반죽을 멈춰주는 것이 좋다.

그렇게 실온에 발효를 하면 반죽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원래는 40분 정도 발효해야 하는데, 감자가 따뜻해서 인지 실온 발효인데도 금방 발효가 되었다. 발효된 반죽은 아기 주먹만큼 반죽을 떼어내서 찐빵 빚듯이 동그랗게 빚어준다. 발효된 반죽을 살짝 눌러가면서 (기포를 빼주면서) 반죽해주어야 한다. (안 그러면 부피가 더 커짐)


만들어진 빵들은 옹기종기 트레이에 담아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0분간 구워준다. 구워지면서 오븐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고소한 감자향을 즐기고 있으면 금방 20분이 흐른다. 



윗면이 살짝 노릇한 감자빵이 나왔다. 바로 먹는 것보다는 식힘망에 잠시 식혔다가 먹기로 한다. 베이킹 성공에 벌써부터 콧노래가 나온다. 빵 하나를 집으니 제법 무게가 무거운데 아마 감자가 통째로 들어가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하나만 먹어도 든든할 것 같은 느낌 


비싼 올리브유 덕분에 두고두고 고급지게 즐기는 중

감자빵은 잼보다는 올리브 드레싱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발사믹 올리브유 드레싱을 만들었다. 고급진 향이 특징인 하시엔다 구즈만. 한 번 들여놓으니 정말 들여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신선한 맛 때문에 조리용 보다는 항상 드레싱으로 즐기려고 한다. 감자빵에 살짝 찍어 먹으니, 투박한 감자빵이 세상 고급진 맛으로 바뀐다. 빵도 올리브유도 모두 매우 만족.


빵 하나 먹으니 배가 부르다. 우유나 커피랑 같이 마시면 정말 한끼로도 손색없을듯하다. 

 


그저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해보는 것. 이 요리의 시작엔 가을의 낭만이 있었다. 가을이 떠올라서 본 영화 한 편에 빵까지 만들다니. 영화 속에서 구수한 빵에 미소 짓던 주인공처럼 오늘 하루 감자빵으로 풍족한 하루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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