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나와 가벼운 약속이라도 허투루 하지 않으셨다. 아주 작은 약속(예를 들어 이번 주말에 외식을 하자, 내일은 치킨을 먹자 같은 아주 가벼운 약속들)이라도 난 그것을 꼭 기억하고 있다가 그냥 지나가는 날에는 엄청난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약속은 지켜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인지 상대방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나 보다. 지나가는 말로 한 인사들을 지키지 않으면 실망스럽고 그 사람과의 관계는 기대감이 낮아진다. 이렇게 피곤하게 일일이 다 기억하고 사니까 옆에 있던 남편이 한마디 한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는 거야.’
하긴 그 사람은 나와 다를 수도 있고 바쁠 수도 있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는 신기한 말이다. 순간적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고 편하게 해 준다. 그럴 수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