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사주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나는 사주에 불이 많아서 빨간색을 가까이하면 안 된대.”
라기에
“그런 게 있어? 나도 궁금하다.”
하고 솔깃해졌다. 부모님도 사주를 보진 않으시고 나 역시 크게 관심을 둔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한 번 봐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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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사주’
몇 군데가 나오는데 사주는 통계와 학문이라는 생각이 커서 역학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좀 경험치가 높으신 어떤 분을 찾았다. 전화를 하니 이름을 한글과 한문 모두, 생년월일과 시까지 먼저 보내란다. 결혼을 했으면 남편과 사주가 합쳐지니 남편 것까지 보내야 한단다. 문자로 넣어드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총총 향했다. 사실 한 켠으로는 못 미더움과 함께 그냥 재미로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연상은 씨는 예민하고 급한 성격이네요.”
‘헉. 뭐지? 날 읽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고 온화한 미소를 띠며 “아 그렇습니까?”
했지만 속으론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나의 성격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저 두 개의 단어가 꼭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뇌회전이 굉장히 빠르고 아주 보수적 사람이에요. 정직한 성격인데 상대방에게도 꼭 그러길 바라죠.”
‘맞아요.. 그게 바로 저예요.’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어 속으로 열심히 맞장구를 쳤더란다. ㅎㅎㅎㅎ그렇게 흥미가 점점 더해갔다. 이게 사주의 재미구나 싶기도 하고.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44세까지는 아주 좋은 운이 들어와 있다고 했다. 그리고 프리랜서라고 하니 4-5월에 정규직으로 취직을 할 수 있으니 문을 두드려 보라 하셨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제 나이가 좀 있는걸요?”
하니
“적극적으로 도전해보세요. 될 겁니다.” 하는 거다.
회사를 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을뿐더러 나는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도전이라 생각하는데 아직 5월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기다려볼까?
그리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우리 부부의 궁금증들. 우리는 둘 다 힘 있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사주라고 하셨다. 특별히 어떤 문제가 있지도 않고 좋은 사주라고.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같은 말들이었는데 이런 위로가 필요할 때 사주를 보러 가는 걸까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넌 사주 봐?”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한 친구가 “나는 아사다 마오랑 사주가 같아. 스케이트를 탔어야 했는데.” 하는 거다. 그 친구도 운동을 하는 친구라 신기했다.
“근데 좋은 점이 뭔지 알아?”
-“뭔데?
“나는 사주 보러 안 가도 인터넷에 ‘아사다 마오 사주’라고 치면 다 나와. 무료로 볼 수 있어 해마다.”
하는 거다. 뜻밖의 이득.
정말 같은 날 태어난 사람들은 비슷하게 살아가게 되는 걸까? 조금씩 다르겠지만 큰 틀은 비슷하게 되려나? 맹신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유를 알겠다. 무조건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참고하며 인생에 보탬이 되기만 한다면. 가끔 재미로 보러 가도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