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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상은 Jul 08. 2024

어린 나에게로 보내는 초대

 일주일에 두 번씩 영어와 중국어 전화를 한다. 고작 10분씩 하는 수업인데 앞뒤로 할 게 많아서 거의 한 시간은 잡아먹는 것 같다. 이제 이 수업들도 6개월 차가 되었다. 힘든 일을 잊으려 무작정 시작한 언어 공부가 귀찮긴 하지만.. 가끔씩 잊었던 일들을 상기하게 해주기도 한다.


 이번 중국어 수업의 주제는 ‘宴请小时候的自己‘다. 번역하면 ‘어린 시절의 나를 초대하다.’ 정돈데 어렸을 때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 사서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게 유치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즐겁게 하는 영혼의 목욕이란다.. 영혼 목욕이라니.. 요즘 성스러운 활동에 꽂혀있어서 눈이 가는 문장이었다.


 선생님과 어린 시절 아쉬움이 있었냐, 네가 어린 시절의 너를 초대한다면 어떤 물건을 선물하고 싶냐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렸을 때부터 물욕이 많았고.. 가져도 가져도 가지고 싶은 게 또 나왔다. 친구 선물을 사면 나도 가지고 싶어서 항상 두 개를 사야 했고 특히나 문구류는 더 좋아했다. 그래서 스탬프, 스티커, 다이어리를 엄청나게 모았다. 이게 다 어디로 간지 모르겠지만 ㅠㅠ 커서도 미니어처, 귀여운 소품 등을 또 모았다고 한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내 집이 생기니 마땅히 둘 공간이 없어 그것들을 사촌 동생들에게 모두 나눠주었고 그 후로는 ‘예쁜 쓰레기’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제는 디즈니랜드에 가도 딱 하나만 사가지고 나오는 절제력을 갖추게 되었다.(안 사지는 않는구나)


 아무튼 어렸을 때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물건이 뭐냐는 질문에 갑자기 어떤 일이 떠올랐다. 5살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 유행하던 유리 구두가 있었다. 말이 유리지, 플라스틱으로 된 어린이들이 신는 샌들이었는데 참 애지중지했던 신발이었다. 투명 플라스틱에 알록달록 꽃이 달린 예쁜 신발. 그걸 신고 놀이터에서 놀고 집에 오는 길이었는데 그만 발등 부분이 톡 하고 떨어졌다.. 너무나 순진했던 나는 밖에서는 맨발로 다니면 안 된다고 배웠기에 신발을 억지로 끌고 끌어서 집까지 겨우 왔다. 그게 뭐라고 그냥 맨발로 빨리 걸어오면 될걸.. 어린 내가 좀 안쓰럽다 ㅠㅠ 이 이야기는 몇 십 년 동안 떠올린 적이 없고 그 샌들을 아쉬워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글쎄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유리 구두요! 하고 대답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30여 년간 맘 속 깊이에서는 아쉬운 마음이 있었나 보다. 그 아쉬움을 물건을 사는 방식 말고 어떤 걸로 풀 수 있겠냐는 물음엔 엄마랑 웃으며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어제 만났는데 까먹고 이야기를 못했네요..) 오늘 전화해서 말해야겠다. 유리 구두 사러 가자고 ㅎㅎㅎ


 지금 이 이야기가 생각난 이유는 비가 오는 지금, 내 샌들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이것도 마침 반짝반짝 예쁜 샌들인데… 차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어쩌죠?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글입니다. 항상 뭔가 대단한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해서 멀리했어요.. 그런데 제 글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소소한 글이라도 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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